에세이
가끔 삶은 잠시 멈춘 듯하다.
거리는 조용하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고,
심장마저 더 느리게 뛰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짧은 틈 — 숨과 숨 사이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듣게 된다.
고요에도 향기가 있다.
때로는 빗물이 씻어내린 신선한 내음,
지친 하루와 불안을 함께 씻어내리는 냄새.
때로는 씁쓸한 차의 향기,
쓴맛마저도 마음을 덮어주는 따스함이 된다.
때로는 오래된 나무의 냄새,
누군가의 손길이 스며 있던 시간의 흔적이 된다.
기억은 그렇게 다가온다.
공기 속에 녹아든 향기로.
걷다가 문득 스치는 담배 연기에
너무 당돌하게 웃던 청춘의 누군가가 떠오르고,
귤 껍질의 향기에
한겨울, 어머니가 손바닥 위에 올려주시던
작은 태양 같은 조각들이 다시 살아난다.
삶은 늘 이런 작은 ‘시간의 캡슐’을 품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히 열어젖히며 깨닫는다.
아무것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양만 달라져서,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프다.
하지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치유가 된다.
기억은 눈부시지 않지만
길을 은은히 비추는 빛처럼
속삭인다.
“너는 아직 걷고 있다. 너는 여전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