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떤 날은 해질녘의 붉은빛이 아니라,
마음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그림자로 끝나곤 한다.
화려한 빛깔도, 요란한 소리도 없이 —
그저 시간이 부드럽게 어깨를 스치며 속삭인다.
“너는 지쳤구나, 괜찮아. 그래도 여기 있잖아.”
저녁의 향기는 특별하다.
다 읽지 못한 책 옆에서 식어버린 커피의 쓴 향,
생각과 낙서가 스며든 종이 냄새,
그리고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속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의 냄새.
그럴 때면 기억이 더 가까워진다.
오래 보지 못한 친구들의 웃음소리,
라임나무와 따뜻한 아스팔트의 냄새가 뒤섞인 거리,
언젠가 나를 위로해주던 목소리.
그 모든 장면들이 아프지 않게 다가와
그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한때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멜랑콜리는 적이 아니다.
그건 마치 어깨를 덮어주는 부드러운 담요 같아서,
밤이 더 깊어질수록 따스함이 된다.
그건 과거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현재를 더 아끼게 만드는 숨결이다.
그리고 하루가 완전히 사라진 뒤 남는 것은
고요 속의 호흡뿐.
그 호흡은 나직하게 말해준다.
“삶은 계속된다.
그것은 그림자처럼 여리고
바로 그 여림 속에 빛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