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편지들

에세이

by 나리솔


보내지 못한 편지들



세상에는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있다.
서랍 속 깊은 곳, 오래된 노트의 한 장,
혹은 휴대폰 속 임시 저장함에 남아 있는 말들.

그 편지 속에는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눈에 닿기엔 너무 무겁거나,
너무 여린 단어들.
때로는 늦어버린 고백,
때로는 차마 하지 못한 이별,
그리고 대부분은 단순한 한마디 —
*“그립다”*라는 말.

보내지 못한 편지에는 나름의 향기가 있다.
시간에 누렇게 바랜 종이 냄새,
숨결을 머금은 잉크 냄새,
그리고 창밖에 내리던 빗방울이 스며든 냄새.

나는 믿는다. 쓰이지 못한 말들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것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작은 멜랑콜리로,
오직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음악처럼.
어쩌면 그게 이 편지들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남겨진 것.

가끔 우리는 그 편지를 다시 펼쳐 읽는다.
마치 과거로부터 전해진 선물처럼.
그리고 깨닫는다.
그때는 상실 같았던 것이
오늘은 우리의 힘이 되었다는 것을.

보내지 못한 편지는 침묵이 아니다.
그건 은은한 빛이다.
단어가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아도,
그 안에서 우리를 치유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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