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에세이스트
강원도의 산맥을 가로지르는 새벽 기차가 작은 간이역에 멈춰 섰다. 기계공들은 물을 보충하고 바퀴를 점검했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정차처럼 보였지만, 바로 그 순간 운명은 세 개의 길을 엮어놓았다.
기관사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석탄차 위로 세 남자가 날쌔게 올라탔다.
첫째는 체구가 단단한 사내, 별명은 “상어” 김도선.
둘째는 키가 크고 각진 어깨를 가진 박범수.
셋째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개 조”**라 불리던, 피 속에 어두운 기운이 흐르는 남자였다.
세 남자의 권총이 번뜩였다. 기관사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조는 기관사를 겨냥하며 자리를 지켰고, 김도선과 박범수는 우편칸으로 향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곳에는 금괴와 어음을 실었다고 했다. 하지만 열차 승무원은 끝내 믿지 못했다. 기차에는 늘 성실한 승객과 화물만 실린다고. 그 믿음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박범수는 총신으로 승무원을 거칠게 밀쳐냈고, 김도선은 다이너마이트를 금고문에 설치했다.
폭발음이 새벽 공기를 찢었다. 금괴와 지폐 묶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그것들을 마치 장작을 퍼 담듯 허겁지겁 자루에 넣었다. 객실 창문마다 겁에 질린 얼굴이 가득했고, 차장은 헛되이 경고벨을 울렸다.
기차가 역을 벗어나려던 순간, 용감한 승무원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 총성이 울렸고, 탄환은 큰 개 조의 등을 꿰뚫었다. 웃으며 총을 휘두르던 그는 결국 흙먼지 속에 쓰러졌다.
남은 둘은 소나무 숲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숲 속 공터에서 그들은 준비해 둔 말을 확인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이제 쓸모없었다. 조는 더 이상 다시는 안장에 앉지 못할 터였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말. 자루 속 금괴가 묵직하게 흔들렸다.
“봐라.” 박범수가 말했다. “삼만 원. 우리 둘이면 각자 만 오천. 나쁘지 않지?”
“생각보다 적군.” 김도선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 말이 버텨주면 된다.”
숲은 고요했고, 물소리만 들려왔다.
그때 김도선이 천천히 권총을 꺼냈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 말은 둘을 태울 수 없어.”
박범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공포는 없었다. 오직 피곤함과 담담한 체념만.
“우린 3년을 함께했지. 농담이라면 총을 거둬. 아니라면… 쏴라.”
메아리가 협곡을 울렸다. 까마귀들이 놀라 날아올랐다.
볼리바르라 불리던 말은 몸을 떨며 달려 나갔고, 등에는 이제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
김도선은 눈을 떴다.
그곳은 숲도, 산도 아니었다. 서울의 한 사무실, 창문 너머로 전차가 지나가고 서류가 탁자 위에 수북했다. 옆에서는 젊은 서기가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사장님, 박 선생이 주식 건을 확인해 달랍니다. 헐값에 사둔 건데 지금 값이 치솟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도선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낮게 대답했다.
“새 값으로 받게 해라. 이 말은 둘을 태울 수 없으니.”
…
우리가 선택하는 길
길 위에서 누구를 배신했는가에 대한 것도 아니다.
길은 우리가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우리를 선택하게 한다.
우린 흔히 세상이 우리를 끌어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 세상을 끌고 간다.
그리고 그 끌림 앞에서,
양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국 우리의 길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