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에세이

by 나리솔



우연한 만남



가끔 인생은 아주 사소한 것에 모든 비극이 담겨 있는 듯하다.
곧 빠질 것 같은 앞니 하나, 잃어버린 우산, 놓쳐버린 버스.
그 순간에는 이것이 끝이고,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때, 길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멀리서 온 볼이 붉은 소녀일 수도 있고,
너무 밝은 점퍼를 입고 길을 묻는 이웃일 수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비극을 잠시 멈추게 한다.

사람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모든 게 끝났어.”
“나는 누구에게도 필요 없어.”
“더 이상 희망은 없어.”
이런 말들을 되뇌지만, 결국 치과는 여전히 문을 열고,
빠진 이는 다시 붙일 수 있고,
고기가 필요하다면 사 올 수도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만남조차 가능하다.
삶은 그렇게 우리를 억지로 다음 장면으로 밀어낸다.

나는 우연한 만남이란 결국 균형을 되찾게 하려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냥 지나쳤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멈춰 서서 말을 걸고, 웃음을 나누면
내 안의 혼란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누구냐가 아니다.
콩이 고기의 완벽한 대체품이라고 믿는 외국인일 수도,
약국에서 혈압을 걱정하다가 옛날 농담을 들려주는 노인일 수도,
저녁마다 아내가 감자를 볶아 준다며 이야기하는 택시기사일 수도 있다.

거기엔 영웅적인 사건도, 대단한 줄거리도 없다.
그저 작은 장면들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장면들이 모여 삶이 된다.

그래서 깨닫는다.
비극은 이빨 하나에 있던 것도,
줄어드는 돈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
진짜 비극은 새로운 만남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마음에 있었다.
왜냐하면 만남은 언제나 일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순히 이를 붙이러 나온 길 위에서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