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두 사람의 나

고요한 밤, 자유로워지는 순간

by 나리솔



낮과 밤, 두 사람의 나



밤에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오직 나와 나의 생각만 남는 시간.

밤이 되면 나는 그 생각들의 포로가 된다. 문도, 출구도 없다. 오직 끝없이 밀려오는 상상과 꿈, 그리고 점점 더 광기 어린 환상들뿐이다. 그 안에서 낮의 나는 사라지고, 낮에는 결코 될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깨어난다. 무모하고, 때로는 미친 듯한, 그러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


밤에는 ‘다른 나’가 될 수 있다. 음악과 함께, 책과 함께, 아니면 그냥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디에 있든,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든, 어느 순간 세상은 사라지고 오직 나만의 비밀스러운 세계로 빠져든다.


이 시간의 우리는 가장 솔직하다. 낮에는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스스로에게 고백한다. 다시 오지 않을 것들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리움에 젖는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이상적인 삶의 그림을 그리며, 욕망과 상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 모든 것이 잊힌다. 밤에는 천재적이라 믿었던 생각들이, 아침에는 그저 어리석은 망상처럼 느껴진다. 밤에는 간절했던 것들이, 아침에는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다시 낮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속으로는 여전히 그 ‘밤의 나’를 숨긴다.


하지만 밤은 늘 상기시킨다. 우리 안에는 두 사람이 산다는 것을.

낮의 나 — 조심스럽고 올바른 나.

그리고 밤의 나 — 진짜이고 자유로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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