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영덕에는 사람들이 감히 가까이 가지 않는 낡은 집이 하나 있다.
창문은 판자로 막혀 있고 지붕은 무너져 내려 있지만, 그 집은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곳에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에서 죽은 700명의 군인 영혼이 머물고 있다고 믿는다.
낮에는 그저 버려진 폐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밤이 되면 공기가 바뀐다. 집 안에 들어선 사람들은 숨이 답답해지고, 심장은 이상하게 느려진다고 했다.
어떤 이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또 어떤 이는 어지럼증에 휘청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용감했던 자들은, 어둠 속 구석에서 수십 개의 눈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나는 그날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영덕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그 집에는 전쟁에서 죽은 700명의 군인이 아직도 머물러 있다. 가까이 가지 마라.”
처음엔 웃어넘겼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잡초가 무성한 길을 지나자, 집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창문은 텅 빈 눈구멍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무너져 내린 지붕은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듯했다.
나는 아직 문턱도 넘지 않았는데, 이미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왔다.
그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몰려왔다.
우린 겉으로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곰팡이와 녹슨 쇠 냄새로 가득했다. 벽은 피 냄새를 품고 있는 듯 눅눅했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조여 오는 듯 아팠다.
친구도 눈앞이 깜깜해진다고 중얼거렸다.
억지로 웃었지만, 그 웃음소리조차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하나. 무겁고 또렷한 걸음.
곧이어 두 개, 세 개… 수십 개의 발자국이 겹쳐져 울려 퍼졌다.
나는 직감했다. 그곳에 있던 건 단 한 명이 아니었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이었다.
순간, 긴 비명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나는 놀라 손에 닿은 녹슨 군용 철모를 떨어뜨렸다. 철모가 바닥에 굴러가며 울린 소리와 함께, 복도는 살아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수백 개의 눈이 한꺼번에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 뛰어!
우린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뒤를 돌아보지도 못한 채 문 밖으로 넘어지듯 나왔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었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그때, 내 휴대폰 화면이 스스로 켜졌다.
연락처 목록 맨 위에 새 이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영덕 700」 — 귀신의 집.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어른들의 경고를 비웃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집에는… 정말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소문과 이야기
마을 어른들은 전쟁 당시 이곳에 수많은 시신이 옮겨졌다고 전한다.
영혼들이 묻히지 못한 채 이 집에 붙들려 있다는 것이다.
밤마다 집 근처에서는 알 수 없는 북소리, 군가 소리,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치 전투가 끝나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는 듯한 울림이다.
서울에서 찾아온 퇴마사들조차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목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악의는 없지만… 원한과 분노가 가득 차 있어 인간이 버틸 수 없습니다.”
금기 사항
영덕 사람들은 방문객들에게 몇 가지 금기를 전한다.
절대 혼자 들어가지 말라. 혼자 들어가면, 바로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 녹슨 탄피나 헬멧 파편을 주운 사람들은 수주일 동안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정 이후엔 머물지 말라. 이때부터 ‘점호’가 시작된다고 한다. 영혼들은 이방인을 군인으로 착각하고, 끝내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그 집은 비어 있지만, 영덕 사람들은 멀리서 돌아간다.
“그 안에는 700명이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집으로 돌아갈 이를 찾고 있다.
만약 그곳에서 누군가의 거친 숨결을 들었다면…
절대 뒤돌아보지 마라.
단 한 번의 눈맞춤이, 널 701번째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