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은 이미 끊겼고,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빈 도로 한가운데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으려 했다.
잠시 후, 은색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차 위에는 번호등이 없었다.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나는 집 주소를 말했고, 택시는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도로 위를 달리는 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듯했다.
창밖을 보던 나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익숙한 길이었는데도, 계속 똑같은 곳을 도는 것 같았다. 가게도, 사람도 보이지 않고,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룸미러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숨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때 옆 창문에 스친 유리 속에서 낯선 얼굴이 비쳤다. 눈이 없는, 흐릿한 얼굴. 그것은 내 뒤에 앉아 있었다.
“여기로…”
바람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뒤돌아보니, 그 택시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음 날, 아는 경찰에게서 들었다.
한강 근처에서 종종 버려진 택시가 발견된다고. 모두 번호 없는 택시.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영수증 하나가 꼭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운행은 생명으로 지불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