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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실의 노파

그날, 내가 본 것은 꿈이 아니었다

by 나리솔


어린 시절 병원에서 직접 겪은 일을 쓴 실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유리병실의 노파


나는 세 살 무렵, 홍역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어린아이였지만, 병실에는 엄마조차 곁에 없었다.

병실은 마치 차갑고 길쭉한 관 같았다. 좁은 공간에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고, 벽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끝없이 이어진 다른 병실들이 훤히 보였다. 그 투명한 벽 너머로 희미하게 사람들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고독한 세계였다.

낮, 정적 속에서 그것은 시작되었다.
나는 침대 위에 앉아, 철제 난간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발치 쪽 매트리스가 이상하게 꿈틀거렸다. 처음에는 작은 벌레라도 기어오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또렷한 형상을 드러냈다.

침대 난간 사이로 작고 흉측한 노파가 기어 나왔다. 불과 손바닥만 한 크기, 하지만 그 눈빛은 기괴하게 번뜩였다. 그녀는 굽은 허리를 움켜쥔 채 내 이불 위로 성급히 달려왔다.
“솔리! 내 솔리는 어디 있니… 솔리!”

그 목소리는 날카롭고 쉰 울음소리 같았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뒷걸음쳤지만, 노파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나를 향해 다가오는 악몽의 형상처럼.

순간, 나는 거의 발작하듯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차갑고 축축한 감촉.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그 작은 존재의 비명은 병실을 가득 메웠다.
“아아악…!”

몇 초가 몇 년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손을 놓는 순간, 노파는 울부짖으며 머리를 감싸 쥔 채 휘청거렸다. 이내 불길한 그림자처럼 발치 쪽 틈으로 기어들어가 사라졌다.

그날 이후, 나는 수없이 엄마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엄마는 늘 열 때문에 꾸었던 악몽일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확신한다.
—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내 손끝에 남은 차디찬 감각이, 여전히 그때의 공포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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