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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를 지키며 논쟁하는 법

듣고 말하는 품격

by 나리솔



품위를 지키며 논쟁하는 법


우리 삶에서는 끊임없이 논쟁을 피할 수 없다.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다른 주장을 펼치며, 스스로의 신념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이때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그 사람의 교양과 품위이다. 논쟁 속에서 드러나는 말투, 논리적 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심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단순히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목소리로 억누르거나, 근거 없는 비난으로 위협한다면, 그는 결국 공허한 논쟁만을 남길뿐이다.


그렇다면 현명하고 교양 있는 논쟁 가는 어떻게 행동할까?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끝까지 경청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주장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짚어 다시 확인한다.


이렇게 경청하고 되묻는 태도는 세 가지 효과를 낳는다.

첫째, 상대가 “내 말을 오해했다”라는 핑계를 대지 못한다.

둘째, 관객이나 제삼자에게 진지한 태도로 신뢰와 호감을 얻는다.

셋째, 되묻는 동안 스스로의 반론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논쟁을 이어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 규칙도 있다.


1. 반박하되, 인신공격을 하지 말 것.



2. 상대의 속마음을 멋대로 해석하지 말 것. (“당신은 이익을 위해서만 이런 주장을 한다” 같은 말은 피해야 한다.)



3. 논점에서 벗어나지 말고 끝까지 주제에 집중할 것.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상대가 옳음을 인정해야 할 때 품위를 잃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는 결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양보가 신념을 훼손하지 않는 한, 차분히 상대의 일리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존경을 얻게 한다.


승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조롱하거나 우쭐대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진정한 승자의 품격이다.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논쟁이란,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며 논리와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반대로 가장 어리석은 논쟁은 아무런 논리 없이 “맞다”, “아니다”만 반복하는 것이다. 마치 고골의 『죽은 영혼』 속 두 여인의 대화처럼:


“― 이건 화려해!

― 아니야, 화려하지 않아!

― 아니, 화려해!”


논쟁의 가치는 이기고 지는 데 있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며 품위 있게 주장을 펼치고, 때로는 물러서고, 때로는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견지하는 그 과정 자체가 지성인의 즐거움이다.



논쟁의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있지 않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서로의 생각을 넓히고, 결국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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