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또 다른 시작
나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늘 챙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피겨나 아이스 댄스 같은 얼음 위의 무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보지는 않게 되었고, 이제는 가끔씩만 본다.
그럼에도 가장 마음에 와닿는 순간은 늘 같다. 사람들이 약하다고 여기는 선수들, 혹은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이들이 무대 위에서 뜻밖의 멋진 연기를 보여줄 때다. 이미 잘 나가는 ‘인정받은’ 이들의 성공보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의 성공이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러나 사실 내가 진정으로 감탄하는 것은 그들의 ‘실수 이후의 태도’다. 얼음 위에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곧장 일어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무대를 이어나가는 모습. 그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큰 예술이다.
삶은 빙판 위의 무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실수로 가득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실수를 어떻게 ‘아름답게’ 고쳐나가는가이다.
실수에 집착하며 “모든 게 끝났다”라며 괴로워하거나,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는 결국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사실 주변인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 실수를 대하는 미숙한 태도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실수를 빠르게 고치고, 다시 자연스럽게 일상과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것이야말로 성숙함의 징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실수를 바라보는 태도다. 굳이 끌어내려 비난하거나 억지로 자백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관중들이 넘어졌다가 곧바로 멋지게 일어선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듯, 다시 시작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
“실수는 상처가 아니라 길이다.
넘어짐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배움이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 우리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삶은 결국, 실수를 품어 안으며 완성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