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상처, 새로운 시선
그날은 먼지처럼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어. 지연이는 작은 카페 처마 밑에 숨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이 섬세하고 변덕스러운 무늬를 만드는 걸 지켜봤지. 혼자 앉아 식어버린 커피잔을 든 채, 그녀의 마음은 오래된 우산처럼 좀처럼 활짝 펴지지 않는 것만 같았어.
"얼굴이 참 슬퍼 보여요."
지연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어. 맞은편에는 선하고 조금은 지쳐 보이는 눈을 가진 나이 든 여인, 민정 씨가 앉아 있었지.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어.
"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민정 씨가 말했어. "그냥 가끔 비가 사람들을 이렇게 슬프게 만들기도 하죠. 아니면 이미 슬픈데 비가 그걸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요."
지연이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고, 이 단순하고 직설적인 질문에 무장해제당한 기분이었지.
"그냥... 그냥 지쳤어요."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어.
"무엇 때문에요?" 민정 씨가 물었어.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아마도 저 자신 때문에요." 지연이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어. "도무지 스스로를 하나로 모을 수가 없어서요."
민정 씨는 오랫동안 그런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
"있죠, 예전에는 삶이 깨진 꽃병 같다고 생각했어요. 깨진 조각들을 모아 붙여도, 이음새는 여전히 남잖아요. 그러다 도자기 장인을 만났는데, 그분은 조각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금을 녹여 균열에 채워 넣는 거예요. 그랬더니 꽃병이 더 아름다워지는 걸 봤어요."
"금 조각이라..." 지연이는 예전에 봤던 일본의 오래된 기술을 떠올리며 되뇌었어.
"네. '킨츠키'라고 부르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상처를 숨길 필요는 없어요. 그 상처들은 우리가 잘 견뎌냈다는 증거거든요."
민정 씨가 지연이의 커피잔을 앞으로 밀어주었어.
"잔은 보지 말아요. 비를 보세요. 비는 서두르지 않아요. 그냥 내릴 뿐이죠, 모든 먼지를 씻어내면서. 그러면 땅이 더 자유롭게 숨 쉬는 것 같지 않나요? 그거 참 아름답지 않나요?"
지연이는 창밖을 바라봤어. 이전까지는 온통 회색빛만 보였는데, 이제는 나뭇잎에 작은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어. 오랫동안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그저 관찰자가 아니라 이 세상의 한 부분임을 느꼈지.
"우리 모두는 보는 법을 배우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민정 씨가 조용히 말했어.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보는' 것을 말이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볼 수는 있지만, '본다'는 건 이미 선택이에요. 어디로 시선을 향할지 선택하는 것. 회색 아스팔트를 볼 것인지, 아니면 반짝이는 빗방울을 볼 것인지."
그들은 각자 생각에 잠긴 채 침묵 속에 앉아 있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뭔가 공통적이고 위안이 되는 것이 있었어. 비가 거의 그쳐갈 때쯤, 민정 씨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만 가봐야겠네요." 그녀가 말했어. "정말 즐거운 대화였어요. 당신의 우산도 곧 활짝 펼쳐지길 바라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떠났어. 지연이는 한참 동안이나 혼자 앉아 있었지.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부서진 조각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 아마 이음새는 여전히 남아있겠지만, 이제 그녀는 그것들을 금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 그녀는 고개를 들고, 비가 내린 뒤 더 깨끗하고 밝아진 세상을 바라봤어. 그리고 오랫동안 처음으로, 오래된 우산 같던 그녀의 마음이, 작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