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을 멈춘 구름

나를 치유하는, 느린 구름의 시간

by 나리솔


서두름을 멈춘 구름



가끔 내 삶은 길고 끝없는 할 일 목록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벌써 머릿속에 일정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 해야 할 것, 해내야 할 것, 잊지 말아야 할 것, 전화해야 할 것...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 이 끝없는 서두름 속에서 나는 하늘을 알아차리는 법을 잊어버렸어. 그저 창밖의 푸르거나 회색빛 배경으로만 스쳐 볼 뿐, 구름이 만들어내는 무늬들을 제대로 응시하고 그 안에 잠겨본 적이 없었어.

얼마 전, 그렇게 분주한 나날 중 하루였지. 나는 스스로를 억지로 멈춰 세웠어. 길거리, 시끄럽고 분주한 한가운데서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 구름들은 느릿느릿 떠다니며 모양을 바꾸고 있었어. 어디에도 서둘러 갈 필요 없이 그저 그렇게 존재했지. 어떤 구름은 거대한 고래 같았고, 다른 구름은 하얀 돛단배 같았어. 그들은 어디에도 늦지 않았어. 그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었지.

그때 나는 우리들 중 많은 사람이 저 구름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 우리는 늘 빠르게 나아가고, 목표를 달성하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배워왔으니까. 하지만 만약 진정한 움직임이라는 것이 속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아는 것이라면 어떨까? 만약 가장 큰 성공이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고 조용한 사색이라면 어떨까?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세상을 그저 바라보는 작은 구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 이 순간에 머물며 그 치유의 힘을 느끼고 싶었지. 내 안의 불안은 그저 나를 앞으로 몰아세우는 낡고 귀찮은 바람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나는 그 바람에 굴복할지, 아니면 그저 내 길을 따라 흘러갈지 선택할 수 있어.

그 이후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했어. 가끔 공원 벤치에 앉아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그저 지켜봤어.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치유였어. 나는 그들에게서 고요함과 두려움 없이 변화하는 법을 배웠지. 구름이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천천히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변화도 그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 모두에게는 서두름을 멈춘 구름이 필요해.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가치가 성취 목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저 존재하고 있는 작고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순간들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을 허락할 때. 그때 우리의 내면의 상처들은 마치 오래된 꽃병의 금빛 균열처럼 빛나기 시작할 거야. 우리가 깨지지 않았다는 것, 그저 더 아름다워졌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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