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면 드러나는, 고요한 내면의 해안 이야기
있잖아, 우리 각자 안에 자기만의 작은 섬이 하나씩 있는 것 같아. 배도 오지 않고, 새도 날아들지 않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런 곳 말이야. 이 섬은 바로 우리 자신이야, 우리의 모든 생각, 불안, 그리고 조용한 꿈들이 담겨있는. 우리는 종종 너무 바빠서 그 섬을 잊어버리고,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 섬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망각의 풀로 뒤덮여 버리곤 해.
어느 날, 특히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던 그런 날, 나는 바다로 향하기로 결심했어. 넓고 반짝이는 풍경을 기대했지만, 대신 보인 것은 오직 안개뿐이었지. 안개는 너무나 짙어서 마치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고요한 천으로 합쳐진 것 같았어. 수평선도 해안도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지. 그때 생각했어, 바로 이게 ‘길 잃음’이구나 하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그런 상태 말이야.
나는 젖은 모래 위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서 그저 듣기 시작했어. 파도 소리는 숨소리처럼 한결같고 부드러웠지. 나는 안개가 천천히 물러나면서, 때로는 돌멩이 하나, 때로는 또 다른 돌멩이, 때로는 해안의 일부를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봤어. 안개는 서두르지 않았어. 모든 것이 제때에 드러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 내 안의 섬도, 내 길 잃은 ‘나’도 똑같은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서두름도 소란도 아닌, 그저 조용한 기다림을 말이야.
우리는 종종 치유란 마치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살처럼 크고 갑작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안개처럼 조용히 찾아오기도 해. 천천히, 한 겹 한 겹 사라지면서, 늘 우리와 함께 있었던 것을 드러내주는 안개처럼. 우리만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해안을 말이야.
때로는 그저 내면의 해안에 앉아서 파도가 불필요한 것들을 씻어내도록 내버려 두면 충분해. 기대감, 불안,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놓아주는 거야. 수평선을 쫓는 것을 멈추고 그저 ‘존재’하는 것. 그저 현재 순간에 머무는 것. 그러면 잃어버린 줄 알았던 너의 섬이 갑자기 부드럽고 익숙한 빛으로 빛나기 시작할 거야. 외부 어딘가에서 찾기를 멈추면 너의 길을 찾게 돼. 그 길은 늘 네 안에 있었으니까.
어쩌면 너도 지금 안갯속에 있을지도 몰라. 서두르지 마. 그저 귀 기울여 봐. 그저 있어 봐. 너의 섬은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섬은 네가 어떤 존재인지 기억하고 있지. 언젠가 안개가 걷히면, 너는 너의 해안이 구불구불한 모습 그대로, 돌멩이들 그대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 그대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게 될 거야. 그저 시간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