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으로
우리 각자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장소가 있잖아. 아마 할머니 부엌이거나, 정원 한쪽의 아늑한 공간, 아니면 따뜻한 이불 속일 수도 있고 말이야. 나에게는 부모님 댁 창가에 놓여 있던 낡은 의자가 그런 곳이었어. 크고 팔걸이도 부드러워서, 항상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지. 거기에 앉아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이 마치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시간은 흘렀어. 나는 자라서 집을 떠났고, 그 의자도 추억처럼 과거 속에 남게 되었지. 새로운 목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아늑한 장소'를 쫓아다녔어. 편안한 의자들을 사기도 했지만, 그 어떤 의자도 그때 그 평온함을 주지는 못했어. 잠시 쉴 수는 있었지만, 마음 놓고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었지. 나는 마치 누군가가 계속 흔들어대는 물이 담긴 유리컵 같았어. 물이 쏟아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잔잔해지지도 않는 그런 느낌?
그러다 최근에 부모님 댁에 들렀을 때, 그 의자를 다시 보게 되었어. 낡은 의자. 여전히 창가에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색이 좀 바래고 천에는 희미한 얼룩들이 생겨 있었어. 나는 그 의자에 앉았지. 예전만큼 푹신하지는 않았지만, 팔걸이에 손을 올리자 아주 익숙하고 소중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거야. 그 의자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치유라는 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걸. 나의 낡은 의자는 비유인 거지. 그건 내 과거이자 나의 뿌리, 나의 따뜻한 추억들인 거야. 나는 밖에서 치유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건 항상 내 안에 있었어. 그저 다시 그 의자에 앉기만 하면 되는 거였지.
그 의자에는 특별할 게 아무것도 없었어. 비싼 가게에서 산 의자도 아니었지만, 나만의 의자였거든. 그 안에서 나는 그저 쉬는 게 아니라, 나 자신 그대로 존재할 수 있었어. 꾸밈없이, 서두름 없이, 어떤 기대도 없이. 나는 그저 앉아서 여전히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바라볼 뿐이었지.
우리는 종종 치유되려면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때로는 변화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늘 우리의 집이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 그게 낡은 의자일 수도 있고, 할머니 찻잔일 수도 있고, 심지어 우리 마음속의 고요함일 수도 있지.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 그리고 늘 우리 안에 있었지만, 우리가 듣는 법을 잊었던 그 힘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