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자로의 귀환

다시 집으로

by 나리솔


낡은 의자로의 귀환



우리 각자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장소가 있잖아. 아마 할머니 부엌이거나, 정원 한쪽의 아늑한 공간, 아니면 따뜻한 이불 속일 수도 있고 말이야. 나에게는 부모님 댁 창가에 놓여 있던 낡은 의자가 그런 곳이었어. 크고 팔걸이도 부드러워서, 항상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지. 거기에 앉아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이 마치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시간은 흘렀어. 나는 자라서 집을 떠났고, 그 의자도 추억처럼 과거 속에 남게 되었지. 새로운 목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아늑한 장소'를 쫓아다녔어. 편안한 의자들을 사기도 했지만, 그 어떤 의자도 그때 그 평온함을 주지는 못했어. 잠시 쉴 수는 있었지만, 마음 놓고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었지. 나는 마치 누군가가 계속 흔들어대는 물이 담긴 유리컵 같았어. 물이 쏟아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잔잔해지지도 않는 그런 느낌?

그러다 최근에 부모님 댁에 들렀을 때, 그 의자를 다시 보게 되었어. 낡은 의자. 여전히 창가에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색이 좀 바래고 천에는 희미한 얼룩들이 생겨 있었어. 나는 그 의자에 앉았지. 예전만큼 푹신하지는 않았지만, 팔걸이에 손을 올리자 아주 익숙하고 소중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거야. 그 의자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치유라는 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걸. 나의 낡은 의자는 비유인 거지. 그건 내 과거이자 나의 뿌리, 나의 따뜻한 추억들인 거야. 나는 밖에서 치유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건 항상 내 안에 있었어. 그저 다시 그 의자에 앉기만 하면 되는 거였지.

그 의자에는 특별할 게 아무것도 없었어. 비싼 가게에서 산 의자도 아니었지만, 나만의 의자였거든. 그 안에서 나는 그저 쉬는 게 아니라, 나 자신 그대로 존재할 수 있었어. 꾸밈없이, 서두름 없이, 어떤 기대도 없이. 나는 그저 앉아서 여전히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바라볼 뿐이었지.

우리는 종종 치유되려면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때로는 변화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늘 우리의 집이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 그게 낡은 의자일 수도 있고, 할머니 찻잔일 수도 있고, 심지어 우리 마음속의 고요함일 수도 있지.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 그리고 늘 우리 안에 있었지만, 우리가 듣는 법을 잊었던 그 힘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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