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타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평범함 속의 위로

by 나리솔


낡은 타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사랑하는 독자, 혹시 여러분의 마음도 낡고 닳아빠진 바닥 같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은 발걸음이 오가고, 긁힌 자국과 닳은 흔적들, 타인의 발자국들로 가득한 그런 바닥 말이죠. 어쩌면 매일매일 새로운 흠집만 늘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저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작은 욕실 바닥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날, 온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일어설 힘조차 없게 느껴졌을 때였죠. 그때, 제 시선은 오래된 타일 하나에 닿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흰색 타일이었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생긴 가느다란 금들이 선명했어요. 익히 알던 타일이었지만, 저는 그때까지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었죠.

가만히 들여다보니, 타일의 금 하나하나가 마치 우리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샤워를 하던 당신의 시간, 무심코 물을 엎질렀던 작은 실수들, 그리고 그저 지금처럼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흘려보낸 순간들까지. 이 금들이 과연 타일을 망가뜨리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이 금들 덕분에 타일은 더욱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타일이 존재했고, 그 모든 시간을 겪어냈다는 아름다운 증거였으니까요.

그 순간 저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타일에 대한 깊은 다정함이랄까요. 타일은 완벽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 그곳에 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이제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요. 내면의 작은 금들, 우리를 지치게 했던 피로와 아픔은 결코 흠이 아니라, 그저 우리 삶의 풍요로운 증거라는 것을요.

저는 손을 뻗어 차가운 타일에 조심스레 닿아보았습니다. 차가운 표면 아래에서 어떤 깊은 고요함이 느껴졌죠. 치유라는 것이 꼭 거창하고 극적인 사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요. 때로는 차가운 것에 닿는 따뜻한 손길이, 혹은 평범한 것 속에서 문득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이 바로 치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 순간부터 저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 오래된 책에서 풍겨오는 아련한 냄새, 창턱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햇살까지. 요란하고 화려한 사건들을 쫓는 대신, 고요하고 희미한 순간들의 소중함을 알아가게 된 것이죠.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치유는 우리의 마음 바닥을 완벽하게 매끄럽고 새것처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바닥의 금들과 닳은 흔적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는 것을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때때로 유난히 지치는 날에는 그 바닥에 편안히 앉아 그저 손을 대보는 데 있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그 소박한 촉감 속에 가장 따뜻하고 진정한 위로가 담겨 있으니까요.

독자 '낡은 타일'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완전한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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