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봉합선, 나의 진정한 이야기

완벽함 너머의 나를 찾아서

by 나리솔


금빛 봉합선, 나의 진정한 이야기



많은 우리들이 일기를 쓰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쓰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성공적이고, 행복하며, 항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대로 글을 써 내려가지. 삶의 표면에 떠오르는 균열과 숨겨진 고통, 그리고 마음속 깊이 자리한 의심은 애써 외면한 채,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만을 페이지에 남기곤 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일기장은 우리 삶의 솔직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정교하게 꾸며진 타인의 기대를 보여주는 진열장이 되어버리지.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그 일기장을 우연히 다시 펼쳐 읽어보면, 놀랍게도 그 안에 담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거야. '이게 정말 나였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낯선 기시감이 밀려드는 순간이야.

바로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어. 오래된 일기장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너무나도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습의 내가 담겨 있었지. 하지만 나는 알았어. 그토록 자랑스럽게 기록된 '승리' 뒤에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숨겨져 있었고, 모든 '행복한 순간' 뒤에는 밤새도록 흘렸던 눈물로 가득한 긴 밤들이 있었다는 걸. 완벽해 보이는 그 글을 썼던 사람, 그 일기 속의 나는 내가 아니었어. 아름답지만, 결국은 거짓된, 낯선 이의 이야기였던 거지.

그리고 그때, 나는 결심했어. 다시 펜을 들었지. 하지만 새 페이지가 아닌, 바로 그 낡은 기록들 위에 내 글을 덧쓰기 시작했어. 나는 정말로 두려웠던 순간들, 끝없이 의심했던 마음들, 소리 없이 흐느꼈던 지난날의 고백들을 써 내려갔어. 낡은 글자들을 지우지 않았어. 단지 그 위를 덮으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더욱 솔직하고 진실된 의미를 부여해 주었어. 마치 오래된 도자기의 깨진 부분을 금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키(Kintsugi)' 장인의 마음처럼, 내 삶의 균열들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어.

이 모든 과정은 마치 내면의 치유 의식과도 같았어. 펜이 움직이며 새로운 획을 그을 때마다, 과거의 거짓 위로 진실의 글자가 새겨질 때마다 나는 더욱 강해지는 걸 느꼈어. 나는 과거를 지우려 애쓰지 않았어.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소리를 불어넣었을 뿐이야. 고통을 잊으려 하지도 않았지. 대신 그 고통에 '경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었어. 실패와 좌절 또한 성장으로 가는 소중한 디딤돌이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었어.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기면서 내 일기장은 타인의 시선을 위한 진열장이 아니라, 나의 진짜 이야기가 되어갔어. 실수투성이이고, 때로는 어설프고,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날것 그대로의 나의 이야기 말이야. 마치 금빛 실로 꿰맨 오래된 항아리처럼, 나는 부서졌던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변화했을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기록이 되었어. 상처와 아픔은 나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나를 특별하고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야.

나는 치유가 과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과거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쓰는 것임을 깨달았어. 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 속에서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는 거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돼.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의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을 말이야.

이제 나는 알고 있어, 우리 각자에게는 이렇게 오래된 '가짜 일기장'이 존재할 거라는 것을. 어쩌면 지금이 바로 펜을 들 때가 아닐까? 오래된, 남의 시선이 가득했던 그 기록들 위에 나의 진짜 이름을, 나의 진짜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갈 때가 말이야. 오직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다시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고, 그 안에서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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