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포옹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나
내 집에는 낡은 담요 한 장이 있어. 새것도 아니고, 유행을 따르지도 않아. 빛바랜 색깔에, 가장자리는 여기저기 해져서 닳아버렸지. 하지만 나는 어떤 물건보다도 이 담요를 아끼고 사랑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창가에 앉아 있을 때면, 언제나 이 담요 속으로 몸을 웅크리곤 해. 그리고 그렇게 할 때마다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마치 세상의 모든 소란으로부터 격리된 나만의 작은 성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랄까.
나는 가끔 이 담요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보았을까 생각에 잠기곤 해. 얼마나 많은 눈물과 기쁨, 얼마나 많은 고요한 저녁, 그리고 생각들로 가득 찬 밤들을 함께했을까? 밖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내 안에서는 불안감이 폭풍처럼 몰려올 때, 이 담요가 나를 얼마나 많이 감싸주고 따뜻하게 해 주었을까? 나는 이 담요의 실오라기 하나하나에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숨겨져 있다고 믿어. 마치 세월의 흔적만큼 더 깊고 풍부한 색을 띠는 오래된 나무처럼 말이야.
그리고 문득, 이 담요가 바로 나 자신을 비유하는 메타포라는 것을 깨달았어. 담요처럼 나에게도 닳아 해진 부분과 불완전함이 있어. 한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만져보면 느껴지는 오래된 상처들도 있지.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나를 부족하게 만들지 않아.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나의 상처들은 내가 겪어온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지도가 되었고, 불완전함은 나를 더욱 인간답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어.
우리는 흔히 자신의 상처나 단점, 닳아 해진 부분들을 숨기려고 애써. 완벽하고 흠집 하나 없는 새것처럼 보이려 발버둥 치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이 불완전함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증거야. 그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있고, 때로는 힘겹게 싸우고 있으며,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증거이지. 마치 폭풍우를 견뎌낸 나무가 더욱 굳건한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우리의 상처와 불완전함은 우리 내면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거야.
언젠가 유난히 힘들었던 날, 나는 그저 이 담요 속으로 파고들어 몸을 웅크렸어. 그리고 그때 문득 깨달았지. 이 담요가 나를 단지 물리적으로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를 마치 엄마처럼, 혹은 오래된 친구처럼 부드럽게 안아주고 있었어. “괜찮아. 내가 너의 모든 겨울을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네가 그 모든 순간들을 이겨냈다는 것도 알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지. 그 따뜻하고 아늑한 포옹 속에서 나는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듯한, 온전한 평화와 안정을 느낄 수 있었어.
나는 우리 모두에게 이런 담요가 필요하다고 믿어. 꼭 물리적인 담요가 아니어도 괜찮아. 내면의 담요, 즉 우리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말이야. 우리가 힘겨워할 때마다 우리를 안아주고, 우리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상기시켜 줄 그런 담요. 우리의 모든 이야기, 모든 '겨울'을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우리의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그런 담요 말이야. 이 담요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야.
때로는 치유를 위해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 담요 속으로 깊이 몸을 감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어. 그리고 그저 그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허락해 주는 것. 그 따뜻하고 아늑한 품 안에서 우리는 평온함뿐만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발견하게 될 거야. 우리의 모든 닳아 해진 부분과 불완전함까지도 말이야. 바로 이것이 가장 진실되고, 가장 따뜻한 치유가 아닐까 싶어. 오늘 이 담요 같은 마음으로 편안한 밤을 보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