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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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솔


가을의 마음에 대하여


가을은 늘 나를 멈춰 세운다.
무언가를 잃은 듯, 그러나 동시에 무언가를 얻은 듯한 계절.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마음은 이상하게도 더 따뜻해진다.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은행잎 위에 햇살이 부서지고,
그 순간 나는 잠시 숨을 멈춘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찰나들의 모음이 아닐까.
화려하지 않아도, 깊고 조용하게 스며드는 순간들.

예전엔 계절이 바뀌는 게 그저 풍경의 변화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가을이 올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낡아지고, 또 새로워진다는 걸.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지만,
이제는 불완전함 속에서 안정을 배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무를 본다.
모든 잎을 잃고도 다시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나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끝과 시작이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조용한 용기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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