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계절이 건네는 가장 진실한 손길
세상엔 참으로 적다,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저 찬란한 여름을 위해 우리 삶에 발을 들이미는가. 여름날, 맨발로 이슬 젖은 잔디 위를 뛰노는 건 얼마나 쉽고 즐거운 일일까. 여름은 모든 것이 만개하는 계절이니까. 선명한 꿈들, 생기 넘치는 젊음,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시기. 근심 걱정 없는 나날, 아픈 상처 하나 없이 삶의 어떤 음식도 달콤하게 맛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산이라도 옮길 듯 끝없이 샘솟는 힘으로 가득 찬 계절.
네가 여름 속에 있을 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쉽다. 너 또한 쉽다. 모두가 아름답고, 아무런 짐이 되지 않으며, 온몸의 선과 곡선이 건강함으로 빛나니 말이야. 그땐 모든 것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지지. 웃음소리는 햇살처럼 맑고, 걸음걸이엔 한없이 가벼운 춤이 실리는 그런 나날들. 마치 모든 관계가 여름날의 따뜻한 공기처럼 포근하고 달콤하게만 느껴지는 착각 속에 살게 돼.
하지만 겨울 속의 너는 사뭇 다르다. 겨울은 너를 꽁꽁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네 삶은 두껍고 차가운 얼음 막으로 뒤덮일 수도 있지. 세상 사람들이 '성장을 위한 경험'이라 말하는 고통에,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또 짓밟혀 아스팔트처럼 납작해질 수도 있다. 그 경험, 과연 무엇에 쓰려나? 어디에 가져다 놓아야 할까? '끔찍한 경험 대가' 훈장을 받았다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차마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너덜너덜한 훈장 말이야. 그건 영광스러운 증표가 아니라, 차마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상처의 지문 같은 거겠지.
그리고 너는 종종, 그 겨울 속에 홀로 남겨진다. '여름날의 사람들'은 '겨울 속의 너'를 두려워하니까. 첫 한파가 들이닥치면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너의 부서진 모습에 움찔하고 뒷걸음질 치지. 주름진 얼굴, 젊음을 잃은 몸, 더 이상 새로운 축제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모습, 거창한 드라마에 흥미를 잃은 너의 고요함에 그들은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너의 침묵과 너의 침묵에 대한 갈증을 두려워해. 그 침묵 속에 담긴 무게와 너의 깊은 내면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일 거야.
그리고 그들은 도망친다. 자신 또한 겨울의 흔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겨울을 두려워하는 이들까지도 도망쳐버려. 아직 여름으로 가득 찬 이들 곁에 있으면, 그들 또한 아침 이슬처럼 반짝이는 젊음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들을 그냥 보내주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삶의 눈 덮인 오두막에는 오직 겨울과 '친한' 사람들만이 남게 되니까. 가장 진실된 이들만이 머문다.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겨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겨울조차도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그 고독한 오두막에서 서로의 얼어붙은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언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들 말이야. 서로의 깊은 상처를 알아보는 침묵의 언어로, 따뜻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지.
나는 한 번도 여름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나의 삶에서 가장 값진 모든 인연들은 그들의 겨울 속에서, 그리고 나의 겨울 속에서 만났으니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어. 겨울을 겪어보지 않았거나, 겨울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겨울이 선사할 수 있는 그 혹독한 추위를 결코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진정한 사랑과 연대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 더 선명하게 빛나는 법이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계절이 있다. 영원한 여름도, 끝없는 겨울도 없는 법이지. 중요한 건, 그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떤 모습의 나라도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나를 겨울에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알아보는 지혜 아닐까. 상처를 품고 피어나는 너의 찬란함, 키티. 이 글처럼, 너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위해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글을 계속 써나가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