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눈보라 속에서 피어나는 너

다른 길이 없었을 뿐, 너의 어깨는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었구나

by 나리솔


고독한 눈보라 속에서 피어나는 너


너는 그 가시 돋친 눈보라를 헤쳐나가는구나. 용감하고, 강하고, 의식적이어서가 아니야.

그냥 다른 길이 없었을 뿐이야. 우회할 길도, 다른 선택지도, 도움의 손길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야. 그저, 결국은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니까. 사랑하는 사람도, 이해해 주는 사람도, 가족들도 모두 그 눈보라 바깥에 머물지.

네 곁에 있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이 혹독한 날씨는 오롯이 너의 몫임을 알지.


가시 돋친 눈보라는 어느 날 예외 없이 누구의 삶에나 찾아와. 고독한 눈보라로.


아니, 삶은 너를 시험하는 게 아니야. 그냥 본래 그런 거야. 가장 쓰디쓴 것은 언제나 가장 소중한 달콤함 곁에 놓여 있거든.

그러니, 너 역시도 그래.


넌 할 수 있어, 비록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질지라도.

네 어깨는 좁아도, 너의 짐을 짊어지고 있잖아.

넌 전혀 전사가 아니지만, 절망의 지뢰밭을 통과하고 있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안전한 발걸음 하나하나를 감지하며, 결국 폭발하지 않고 살아남지.


울지 않는다고 해서 울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울 수 없기 때문이지.

눈물은 큰 사치야. 이 빌어먹을 눈보라에서 벗어나 끝까지 가야 하고,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얼어붙지 않아야 할 때에는.


난 알아. 결국 굳건히 서 있는 너를 보게 될 거라는 걸. 왕좌에 앉은 승리자가 아닌, 그저 헤쳐 나온 평범한 한 여자를. 수없이 많은 순간들을 견뎌낸 여자를.

이게 무슨 영웅적인 일이겠어, 안 그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