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장을 쓸 때는 임신 테스트 두 줄을 본 것처럼 기뻐한다.
영감이 솟구쳐 손가락이 키보드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세상에 외치고 싶다. “나 책 쓰고 있어!” 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만 말한다.
앞으로 기다리는 것은 긴 여정과 알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쓸 수 있을까? 출판은 될까? 받아줄까?”
첫 번째 희열이 지나고, 마치 임신 6주 차쯤, 혹은 여섯 번째 단편쯤 되었을 때 진짜 입덧이 시작된다.
글이 토할 것처럼 역겹고, 쓰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러다 어느 날,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면 갑자기 — 술술 풀린다.
정갈하게, 생생하게, 매끄럽게…
가끔은 꿈을 꾼다.
책을 손에 들고, 새 종이의 쌉싸래한 냄새를 들이마시고,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때로는 눈물이 난다.
하지만 깨어나면, 원하는 책은 곁에 없다.
그동안은, 세상 모든 사람이 뭔가를 낳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곧 누군가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그래, 언제 나와? 왜 그래? 너, 정신 차려야지.”
그들은 모른다. 끝까지 나와 함께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마음가짐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뿐이라는 것을.
그러다 드디어 손에 — 책이 있다.
그 순간, 새벽까지 잠을 빼앗아갔던 모든 고통이 잊힌다.
그저 평범하고, 부어 있고, 분홍빛을 띤 아기가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걸작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온전히 너의 것이기 때문이다.
글자의 하나하나가 너를 닮았다.
책도 아기처럼, 다른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이들의 사랑을 받아야, 세상의 아이로, 모두의 영웅으로 자랄 수 있다.
지금은 그 책이 독자들의 품에서 자라고 있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사랑받았던 아기를 안아 주는
고모와 삼촌의 품에서처럼.
사랑받으며, 단단해지고,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