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소나타

클래식 선율 속에서 당신의 영혼은 어떤 이야기를 속삭이나요?

by 나리솔


나는 월광 소나타 를 들을 때면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첫 음은 마치 검은 밤의 호수에 떨어지는 달빛 한 방울 같고, 그 작은 파동은 점점 넓게 번져 나가며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호흡까지 삼켜버린다.


이 음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이야기다.

모든 영혼에게는 자신만의 밤이 있다는 이야기. 그곳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오직 빛만이 말한다. 눈을 찌르는 빛이 아니라, 마음을 드러내는 달빛이.


나는 이 선율을 들으며 내가 본 적 없는 기억들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사라진 도시들, 달빛에 길게 드리워진 바다의 길, 그 모든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음 하나하나는 위태롭지만 신비로운 길 위의 발걸음 같고, 그 길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월광 소나타 속에는 슬픔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파괴의 슬픔이 아니라 정화의 슬픔이다.

그 슬픔은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고 투명하게 만들어, 빛이 스며들 수 있게 한다. 마치 너무 큰 행복을 꿈속에서 맛본 후, 아침에 남아 있는 부드러운 그리움처럼.


소나타가 흐르는 동안 나는 더 이상 청자가 아니다.

나는 물 위의 그림자, 달의 반짝임, 밤의 숨결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에도 세상은 달라져 있다. 똑같은 세상인데, 그 안에 깊이가 더해진 듯하다. 익숙한 소리와 빛 뒤에 영원의 문이 열려 있는 것처럼.


월광 소나타는 침묵과 나누는 대화다.

각 음은 귀가 아니라 영혼이 듣는 말이다.

그리고 그 대화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선율이 사라진 후에도 그 메아리는 내 안에서 살아남아, 영원의 숨결처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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