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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빛을 품은 역

세상의 소음 저편, 내 안의 고요와 마주한 안도감

by 나리솔



늘 빛을 품은 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평생을 걸쳐 쓰는 로맨스의 시작이야."



바쁜 나날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숨을 고르기 위해 마음속으로 되돌아가는 장소가 있어. 그곳은 지도 위의 주소가 아니라, 기억 깊숙이 숨겨진,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의 흐름이 있는 작은 공간이지.


나에게는 기차역 옆 작은 카페가 그런 곳이었어. 그곳은 기차가 잠시 속도를 늦추는 그림자처럼 서 있었지. 마치 거대한 기관차들도 잠시의 고요함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야. 승객들은 플랫폼으로 뛰쳐나와 바람을 들이마시고, 뜨거운 팥빵을 사서는 서둘러 다시 열차에 올랐어.


기차는 굉음을 내며 사라졌지만, 카페는 그 자리에 남아있었지. 그곳에는 언제나 작은 노란 불빛이 빛나고 있었고, 계산대 뒤에는 말없이 고요함을 지키는, 아담한 과묵한 여인이 서 있었어. 그녀는 나에게 뭘 줄지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언제나 틀림없이, 내 갈라진 나무 탁자 위에 진하고 거의 쓴 커피 한 잔을 놓아주곤 했어.


나는 도시의 소음으로부터가 아니라, 내면의 끊임없는 요구들이 내는 요란한 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곳을 찾았어.


이 카페에서는 가장할 필요도, 서두를 필요도 없었어. 시간마저도 내 옆에 앉아 낡은 신문을 펼쳐 들고는 식어버린 차를 느긋하게 마시는 것 같았지. 나는 창가에 앉아 먼 언덕 위로 황혼이 천천히 짙어지는 것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았어.


여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편안했어. 갓 구운 빵 냄새와 오래된 나무 향이 뒤섞여 있었지. 문이 조용히 열리고 삐걱이며 닫히는 모습, 그저 차가운 손을 컵에 대고 녹이려는 듯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봤어. 창틀에는 줄무늬 고양이가 항상 졸고 있었어.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몰랐지만, 눈빛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어. 서로에게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야.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봤어. 이곳에 무엇이 남아있을까?

시간도, 기차 시간표도 아닌, 하나의 감정.

작지만 강렬한 안도감. 그저 앉아서, 숨 쉬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도감. 기차가 아무리 늦어도 결국은 올 거라는 안도감.


나는 확신해, 그 카페는 지금도 그곳에 있을 거야. 문은 삐걱거리고, 고양이는 햇볕을 쬐며, 낡은 시계는 똑딱거리며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상기시켜 줄 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언젠가 돌아간다면, 그곳은 나를 알아볼 거야. 내 얼굴이 변했어도, 그곳에서 평화를 찾았던 나의 영혼을 알아볼 테니.






자기 자비는 말이야, 우리의 고통과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아, 정말 버겁구나. 하지만 이 힘든 순간에도 나는 나를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라고 속삭일 수 있는 용기, 그 자체야.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엄격할 때가 아니라, 나약하고 불완전한 실수들까지도 다정하게 보듬어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거야.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드러워지면, 거짓말처럼 세상도 우리에게 포근한 미소를 건네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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