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눈,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창문도 태어난다.
조금씩 변하고,
어느 날 문득 나이를 먹고,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사람처럼
창문도 생각의 계절을 지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연말의 분주함에서 시작된다.
12월 초,
어느 평범한 아파트의 한 층에서
첫 번째 불빛이 켜진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12월의 창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대담하다.
반짝이는 전구,
작은 전구들로 이어진 전선,
유리 위에 붙은 눈꽃 스티커들.
밝고 따뜻한 얼굴처럼,
그 창문들은 매일 저녁
마당을 웃음으로 채운다.
동화처럼,
기적처럼.
눈이 내리는 저녁,
연말의 조용한 음악이 공기처럼 흐를 때
창문의 부드럽게 장식된 의식 속에서
사람들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빛나는 창문의 마음을 통해
사람들은 하얀 눈과
마당의 외로운 가로등을 바라본다.
슬픈 사람도,
기쁜 사람도,
사랑에 빠진 사람도,
아직 그렇지 못한 사람도.
모두가 눈보라를 헤치고
따뜻한 차 한 잔이 기다리는
자신만의 작은 둥지로 돌아간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같은 계단, 같은 건물이어도
층마다
창문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람처럼
창문도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에서 깼는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또렷한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는다.
아,
이제는 자랐구나.
어린 시절을 지나왔구나.
연말의 잔치가 끝나고,
긴 식탁의 소란이 사라지면
창문들은 조금씩 빛을 잃는다.
조용해지고,
숨고,
스스로를 감춘다.
어디선가 아직
전구 하나가 희미하게 켜져 있지만
더 이상 기쁨은 남아 있지 않다.
동화는 끝났고,
산타와 함께 날아가 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짙은 파란빛이 눈을 적시고
초록빛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는데,
아침이 되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축제의 무지갯빛 영혼은
창문 한구석의 작은 리본과
아직 닦이지 않은
작은 눈송이 하나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
마당은 흐려지고,
눈은 커피색이 된다.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각자의 흔적을 남기며
이 공간을
조금 더 어른으로 만든다.
이제 창문들은
저녁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빛난다.
혼자인 채로,
주인과 함께.
그 주인들은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뜨거운 커피를 찾아
조용히 출근한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창문은 더 오래 산다.
때로는
몇 세대의 시간을 기억한다.
아이의 아이가
다시 눈꽃을 오리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창문 너머로
눈보라를 바라본다.
아버지와 함께
전구를 걸고,
어머니는
장 위에서
오래된 장식들을 꺼낸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창문 속의 동화도
다시 태어난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눈 내리는 계절의 기운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보다
조금 더 오래
이 세상에 머문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이번 겨울도
어딘가의 창문에서
조용히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