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그곳, '집'에 대하여

글쓰기 에세이

by 나리솔


존재하지 않는 그곳, '집'에 대하여



어떤 날은 늘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인 제 방에 앉아 있을 때조차, 문득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지요. 물리적으로 저는 분명 '집'에 있습니다. 따뜻한 카펫 위엔 제 두 발이 놓여 있고, 익숙한 책들이 질서 정연하게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영혼이 간절히 갈망하는 그 '집'은,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지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은 완벽한 안전이 보장되는 곳입니다. 굳이 강한 척 가장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를 좇아 애써 자신을 맞출 필요도 없는 곳이지요. 타인에게 맞춰가고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던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잠잘 곳이 없어서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손님'으로 살아온 영혼이 너무나 지쳐버렸기 때문에 '집'을 찾아 헤매는 건 아닐까요.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갈증처럼 말이지요.

어쩌면 '집'은 특정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자기 자신과 온전히 평화를 이루게 되는 어떤 '상태'를 일컫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품어 안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지점 말입니다. 그리고 그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 한, 우리는 아무리 내 아파트의 문을 겹겹이 잠근다 해도, 영원히 '집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세상의 소음에 귀 기울이기보다,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제 안의 가장 솔직한 소리에 집중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