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슬픔에 머무를 용기, 진정한 온기는 거기서 시작되니까

by 나리솔


모든 감정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우리는 '빠른 치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슬픔이 찾아오면 우리는 곧바로 '슬픔을 이겨내는 5가지 방법' 같은 글을 찾아 헤매죠. 상실감을 겪고 있을 때는 '시간이 약이다, 앞으로 나아가라'는 조언을 듣습니다. 특정 감정 상태에 오래 머무르면, 우리에게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마치 귀찮은 손님처럼 마음의 집에서 내쫓으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깨달았습니다. 감정은 마치 사계절과 같다는 것을요. 아무리 난방기를 세게 틀어도 한겨울에 봄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겨울은 대지가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스스로 끝을 맺습니다.


우리의 내면의 '겨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슬픔 속에 머물러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공허함을 온전히 느끼고, 그 안에 앉아 마음의 벽들을 탐색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려 애쓸 때, 우리는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벌어진 상처 위에 화장을 덧씌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숨겨진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 어딘가에서 곪아가며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치유는 감정을 직시하고 그 속을 온전히 통과할 때 시작되는 것이지요.


'집'이란 필요한 만큼 아플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간입니다. 그 누구도 시계를 들고 서서 우리의 우울함을 재촉하지 않는 곳이지요. 그곳은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입니다.


저는 제 마음의 리듬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 마음이 그저 울고 싶거나 침묵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것은 제가 부서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눈 아래 나무뿌리들처럼, 외부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내면 작업이 저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온기는 차가움을 끝까지 견뎌낼 용기를 가진 자들에게만 찾아옵니다. 겨울은 끝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묻습니다. '이 모든 것을 견뎌낼 만큼 너는 충분한가?'라고 말이죠. 이 질문에 정직하게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얼어붙었던 땅에서 새싹을 틔울 준비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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