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알게 된 것

말없이 도착하는 마음에 대하여

by 나리솔

살다 보니 알게 된 것



살다 보니, 진심이라는 건 내가 얼마나 많이 줬느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을 다 내어놓았다고 해서, 밤을 새워 고민하고 애써 이해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진심이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온기를 전부 건넸다 해도, 상대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마음은 결국 나 혼자만 품고 있었던 것이 된다. 진심은 주는 사람의 양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감각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는 걸, 조금은 늦게 배웠다.

나는 늘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 서운했고, 그래서 더 오래 아팠다. ‘이 정도면 전해 졌겠지’라는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용히 닳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마음이라는 건 밀어 넣는다고 닿는 게 아니라는 걸. 아무리 애써도,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진심도 소음처럼 흩어질 수 있다는 걸.

진심은 붙잡아 두는 힘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여백에서 자란다.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결을 조용히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닿는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스스로 말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진심이란 결국, 소란스럽지 않은 도착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왜 몰라줄까’라는 질문보다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일까’를 먼저 떠올린다. 나의 진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손이 그것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마음은 설명을 많이 할수록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닿는 사람에게서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진심이란 건 어느 날 크게 선언되듯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마음 위에 내려앉아 그 사람의 하루를 천천히 덮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심이 되는 것 같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오래도록 따뜻하게. 모든 마음이 닿을 수는 없어도 괜찮다. 닿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마음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니까.

때로는 전해지지 않은 마음도 조금 먼 길을 돌아 결국 닿게 되는 날이 오기도 한다. 혹은, 닿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나를 지켜준 마음으로 남기도 한다. 이제는 안다. 진심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착해야만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건넬 수 있을 때, 이미 충분히 진심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마음을 아무에게나 건네기보다는 조용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것이 내가 살다 보니 알게 된, 가장 늦고도 가장 중요한 진심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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