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꽃을 피울 필요는 없습니다.

내면의 겨울, 쉬어갈 용기

by 나리솔


매 시즌 꽃을 피울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효율성이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일정, 마감 기한, 그리고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어릴 적부터 성장하고, 발전하며, 생산적이고,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배웁니다. 만약 우리가 위로 나아가거나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뒤처지거나 메마르거나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요. 마치 삶이 단 한순간도 멈춰 설 수 없는 끝없는 마라톤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무들을 한번 보세요. 세상 어떤 나무도 일 년 내내 꽃을 피우지는 않습니다.


모든 식물에게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습니다. 봄은 성장의 시간이고, 여름은 만개하는 시간이며, 가을은 열매를 맺는 시간이죠. 그리고 겨울은 길고 깊은 잠의 시간입니다. 이 시기에 나무는 텅 비고, 앙상하며, 심지어 쓸모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 나무는 에너지를 축적합니다. 만약 나무가 쉬지 않고 꽃을 피운다면, 몇 년 안에 고갈되어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연이 요구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할까요?


제 삶 역시 이런 리듬을 따릅니다. 아이디어와 단어, 에너지로 가득 차서 나누고, 창조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계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같은 시기도 찾아옵니다. 이런 날에는 그저 이불속에 누워 간단한 음식을 먹고, 고요함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어요. 전에는 이를 우울감, 나약함 또는 게으름이라고 불렀습니다. 저 자신을 나무라며 ‘고치려’ 노력하기도 했고요.


이제 저는 그것을 ‘뿌리 보존’이라고 부릅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름답지도 않죠.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뿌리는 폭풍이 불어닥칠 때 나무를 붙잡아 주는 존재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꽃’이 피어 있지 않다고 해서 스스로를 꾸짖지 마세요. 오늘 당신의 유일한 성과가 그저 이 하루를 살아낸 것이라 해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은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죠. 단지 당신 내면의 겨울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자신이 ‘앙상한 나무’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잎도 없고, 열매도 없으며, 박수갈채도 없는 그런 모습이요. 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테니까요. 그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하지만 봄은 오직 차가움 속에서 스스로에게 쉴 권리를 허락한 이들에게만 찾아올 것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묻습니다.

—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오랫동안 크고, 의미 있으며, 존경받을 만한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고뇌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아침 커피의 맛을 느끼는 것, 햇살이 책 페이지에 부서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갓 세탁한 침구의 향기를 맡는 것이라는 것을요.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너무 바빠서 정작 삶이란 바로 이런 소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잊고 살아갑니다. 존재하기 위해 정당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숨을 쉬고 내쉬는 권리를 갖기 위해 유용하거나, 중요하거나, 성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해서’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저 ‘여기 존재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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