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caster에서 일어난 일
어둠이 짙게 깔린, 산으로 난 길에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세 남자의 그림자가 만든 실루엣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차려입은 듯 한 옷차림과 달리 그들의 눈빛은 날카롭고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피는 그들에게서는 긴박하고 불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큰 키의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입을 떼었다.
"서둘러야 해.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중간 키의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툭 내뱉는다.
"젠장.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꼬인 거야? 그러니까...!! 운전은 내가 한다고 했었잖아!"
"지금, 그걸 따질 때야?"
세 번째 남자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제이라고 일부러 사고를 냈겠어? 지금 우리들끼리 싸우는 건 의미 없다는 걸 알잖아. 일단 피할 곳을 찾자."
피할 곳을 찾자고는 했지만 이미 차를 버리고 오래 걸어서 지쳐버린 세 사람은 길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산으로 난 길이 보이는 자리에 큰 나무를 등지고 앉아버렸다.
젠장.. 이제 어떻게 하지?
제이는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 때문에 생긴 이 큰 문제를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돈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 술을 마셨던 게 문제다.
운전은 왜 해가지고는.. 휴..
자신이 한심했지만 자존심상 인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삼키며 어둠 속에서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앉은 다리에 감아 앉았다.
뭘 찾아보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다.
무슨 계획이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는 제이의 눈이 한 곳에 머물렀다.
'저게.. 뭐지?'
"야, 야.. 야! 저기, 저거 보이냐? 자세히 좀 봐. 뭔가 이상하다."
"뭐? 뭐 말하는 거냐? 어디 뭐가 보인다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기운 좀 차렸으면 다시 움직이자."
짜증 섞인 목소리의 중간 키의 남자가 말을 마치자 골목 끝에서 감출 수 없는 눈부신 빛이 갑자기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번쩍이던 빛에 세 남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서로 눈을 마주쳤다.
"뭐.., 뭐였지 방금?"
그때 빛 속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있어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여자는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손을 허공으로 뻗고 있었다.
"저, 저.. 여자.. 뭐야??"
"풉! 너, 지금 그 목소리 뭐였냐? 짜식.. 뭐야. 떨고 있다고?"
"아, 아, 아니야! 떨긴 누가! 저, 저기를 좀.. 보라, 니깐!"
작은 키의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저 머리 긴 여자는 뭐야? 마법이라도 부리는 거 같지 않아?"
"마법?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마법이라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마법 같은 소리를...
제이는 콧웃음을 쳤지만 그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번뜩였다.
차르락~
여자가 손을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여자 주위의 공간이 일렁이며 찬란한 빛을 뿜는 문이 나타났다.
"..!"
"..!"
"뭐지? 저게 뭐야?"
"대체 저게 뭐지?"
중간 키의 남자가 당화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하.."
숨을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던 제이는 뒷 목이 뻐근 해짐을 느끼며 버릇처럼 양쪽 승모근을 주물렀다.
답답해.
뭔가 눌러대는 느낌에 숨 쉬는 게 힘들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진공관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아.. 불편해.'
"하.. 답답한 뭔가가 공기에서 느껴지지 않아? 나만 그래? 너희는 괜찮아?"
"나도 그래. 갑자기 피로감이.. 하.."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공기의 압력이 점차 익숙하게 느껴져 견딜 만 해졌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여자가 하는 모양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장면들이 펼쳐졌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마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특별한 뭔가가 있다.'
제이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스쳤다.
"마이크, 저거, 문처럼 생긴 거.. 저 빛 말이야. 저기에 뭔가 엄청난 게 있는 것 같지 않아?"
남자는 망설이 없이 빛이 보이는 쪽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딛기 시작했다.
"잠깐, 제이. 어딜 가는 거야? 다가가지 마!"
세 번째 남자가 다급히 외쳤다.
"제이, 우린 지금 도망가는 신세야. 쫓기고 있는 중이라고! 섣불리 움직이다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겁쟁이처럼 굴지 마."
제이가 비웃었다.
숨 쉬기도 불편해 질만큼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뭔지는 몰라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어쩌면 특별한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
"지금보다 더 나빠질게 뭐가 있는데? 저 빛나는 문 같은 것에 틀림없이 뭔가가 있어."
내 직감이... 저건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제이는 눈빛을 번드이며 빛에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제이는 정말 뭐가 씌운 놈 같다. 정상이 아니어 보인다.
아까만 해도 그랬다.
술에 취해 있었는데도 굳이 자신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우기지를 않나.
도무지 통제가 되질 않았다.
빈슨의 걱정에도 제이는 눈빛을 번득이며 빛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움직여 여자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스삭... 바스삭...
그들은 낮은 자세로 여자에게 접근했다.
빛에 집중하던 여자가 그제야 인기척을 느끼고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제이가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안."
그가 차갑게 속삭였다.
"아가씨, 안녕? 그런데 이게 다 뭐야? 이 빛이 나오는 문 말이야. 이게 도대체 뭐지? 아까 아가씨가 만들어 내는 거 다 봤어. 아가씨.. 이거,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 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에 여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여자는 곧 능숙하게 몸을 비틀어 제이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물어버렸다.
"아악! 이 미친!!"
갑작스러운 여자의 공격에 제이가 중심을 잃고 비틀 거리는 사이, 여자는 빠르게 그의 뒤로 몸을 돌려 무릎으로 제이의 다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강한 충격에 다리를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제이의 얼굴을 발로 내리찍으며 여자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끄아아아악!"
제이가 얼굴을 감싸며 땅을 뒹굴자, 여자의 움직임에 압도당해 경직되어 있던 두 남자가 정신을 차리며 동시에 달려들어 여자를 힘으로 제압했다.
"이런, 씨..!"
"이거 놔!"
자신의 팔로 여자의 목을 뒤에서 감고 여자의 긴 머리카락을 움켜 쥔 중간 키의 남자가 으르렁 거렸다.
"우리는 오늘 밤 사람 한 명쯤 더 죽여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처지야.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여자는 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지만, 여자의 몸으로 두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 공포와 절망이 뒤섞였다.
"제발... 그냥 가. 나를 놓아줘."
그녀가 절망이 묻어난 목소리로 애원했다.
"끄응. 이제 와서 그럴 수는 없지. 내 얼굴이 안 보여?"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싸며 제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제이! 괜찮아? 피, 피가.. 하.. 이런 씨.."
제이의 얼굴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피를 본 중간 키의 남자가 눈이 뒤집혀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어둠 속에서 칼날이 차갑게 번뜩였다.
칼을 본 여자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빈스, 뭐 해!"
제이와 마이클이 말릴 틈도 없이 중간 키의 남자가 칼을 들고 여자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빈스!! 야이, 씨!!"
남자들이 말릴 틈도 없이 중간 키 남자의 칼이 여자를 향해 내려왔고 여자는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빈스! 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
"하..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옮기면 가망이 아주 없지는 않을 거야. 빈ㄴ스, 얘기는 나중에 하자. 어서 움직여!"
그때였다.
웨이 앵, 웨이 앵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던 소리가 점점 커지면 산 길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심장을 조이는 듯한 그 소리에 남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들켰나?"
제이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이제 어쩌지? 이 여자는.. 어, 어떻게 할 거야!"
그때였다.
"제이!!!!"
피가 흐르는 얼둘을 감싸 쥔 제이가 말릴 틈도 없이 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안으로 갑자기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뭐, 뭐야 이게..."
"정말로 문,이었어? 어떻게 된 거야?"
남은 두 남자는 얼빠진 표정으로 아까보다 빛의 강도가 줄어든 문을 바라봤다.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와 경찰차의 불빛에 더 이상 망설이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쓰러진 여자를 버려둔 채 제이를 따라 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자들이 사라지자 불빛을 품은 문은 점점 빛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
골목은 순식간에 다시 고요한 어둠에 잠겼다.
한참 후 바닥에 쓰러진 여자의 모습 또한 서서히 흐려지며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