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 살아가는 이유

워킹데드2

by beyond note

좀비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니, 세상이 무너진 현실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건, 대체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워킹데드》 시즌 2.

릭과 로리는 깊은 갈등에 빠진다.


로리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두려워한다.

이 세상은 이미 끝났다. 사람은 사람을 해치고, 서로를 믿지 못하며, 하루하루 생존에 쫓긴다.

그런 세상에 아이를 낳는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고, 로리는 말한다.


그 말에 릭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이제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야.”

“죽이든가, 죽든가. 아니면 죽고 나서 또 누군가를 죽이게 되든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해. 쉬운 일이 아니라.”


릭은 말한다.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 안에 분명 ‘살아갈 이유’가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 확신의 중심에는

그의 아들, 칼이 있었다.


칼은 숲에서 한 마리 사슴을 마주친다.

고요한 숲, 숨죽인 시간 속에 마주한 생명.

하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은 곧 총성과 함께 깨진다.


칼은 쓰러지고, 며칠간 의식을 잃는다.

온 가족이 숨죽여 기다린 끝에, 마침내 칼이 눈을 뜬다.

그가 깨어나서 아버지에게 처음 한 말은 이것이었다.


“아빠… 그 사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 말에 릭은 멈춰 선다.

절망과 고통,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순간에도

아이는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릭을 붙잡는다.

세상이 얼마나 무너졌든,

인간은 여전히 좋은 것을 보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 기억이 바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요즘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좀비는 없지만, 사람을 좀먹는 현실은 많다.

경제는 불안하고, 관계는 흔들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더 이상 ‘설렘’이 아니라 ‘위험’으로 불린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를 낳고, 사람을 사랑하고, 오늘을 기록한다.


“이런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말이 무기처럼 던져질 때마다

나는 칼의 그 말을 떠올린다.


“그 사슴… 정말 아름다웠어.”


그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


살아야 할 이유는 언제나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어떤 날엔 따뜻한 햇살, 누군가의 웃음, 벤치에 핀 들꽃 한 송이로도 충분하다.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각이고, 기적 같은 능력이다.


릭은 그래서 싸운다.

단지 좀비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름다움을 기억할 수 있는 삶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런 삶을 믿는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웃고, 사랑하고, 기억한다.


그 하루하루가

이미 충분히 인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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