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싶었다.

워킹데드5

by beyond note

릭은

알렉산드리아 앞에 섰다.


그는 이미 수많은 죽음을 지나온 사람이었다.

수없이 도망치고,

수없이 싸우고,

수없이 누군가를 잃었다.


그 앞에

문이 있었다.

그 문 너머엔,

정원의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순간,

릭의 표정은 무너진다.

무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돌아오고 싶은 듯한

그 묘한 얼굴.


그 장면이 요즘의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지금 난, 살아남는 중인가

아니면 살아가려 하는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또 같은 시간에 잠들고


그 모든 순간이 반복되다 보면

나는 나를 잊는다.


김장현이라는 이름도,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도.


때때로 여행을 가고

옷을 사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잠깐 “살아있다”고 느끼긴 하지만,

그게 “살아간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소모되고 있는 건 아닐까.


릭이 문 앞에서 잠시 멈췄던 건

두려워서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오히려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나도 그런 문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남는 건 익숙해졌지만,

‘나답게 살아가기’는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나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삶일까.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부끄럽지 않은 일에 몰두하고,

내 아이에게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삶.


그게 내가 그리는 ‘살아가는 삶’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흘러가고

사람들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나 역시 어느새, 방어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김장현으로서 살아가고 싶다.


좀 더 나은 말,

좀 더 진심어린 행동,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하루를 채워가며.


릭이 그날

문을 열고 들어갔듯


나도

내 안의 문을

하나씩 열어보고 싶다.


살아남는 것에 익숙해진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워킹데드

#나는 나로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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