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열매쌤의 교실이야기 #2

자라고 있다는 것

by 참된열매


태균이(가명)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늘 같은 옷을 입고 오고 그래서 목 주위로는 까만 때가 앉아 있다. 엄마는 아이를 방치하는 편이라 중국인 할머니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보신다고 한다. 머리도 집에서 깎이곤 하는데 그래선지 이미 한 여름이 된 지금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절대 외투를 입은 채로 모자를 벗지 않는다. 넌지시 아이들에게 실내에선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다 가르치면서 따로 불러 화장실에서 머리 정리하고 모자 한번 벗어볼까 했는데 난감한 표정이 짓길래 두어 번 말해보다 이제는 그냥 둔다.



처음 태균이가 학급에 왔을 때는 꽤나 골칫거리였다. 일대일로 만나면 인사성도 밝고 예의도 바르지만 수업 중간에는 연신 방해되는 행동을 일삼았다. 어르신들 가래 뱉는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는가 하면 집중구호를 할 때마다 귀 아프게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 조용한 가운데 이상한 멜로디의 소리를 자꾸만 내고 앞, 뒤 친구 활동을 계속 방해했다. 수업 흐름과 상관없는 말로 내 말을 가로막기도 일쑤였다. 처음 태균이 뒤에 앉았던 여자아이 하나는 도저히 귀가 아파 뒤에 못 앉겠다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재작년 담임들을 만나 전에는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3학년 때까지는 아이들을 이유 없이 때리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반항도 해서 매우 힘든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도 4학년 때는 한번씩 이상한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크게 거슬리는 행동은 없었다고 했다.



2018년도 학급붕괴 위기를 겪고 작년 학년에 최고봉(?)들과 씨름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힘들게 하는 아이들보다 주변 교사들의 시선이었다. 저렇게 무르니까, 아이들을 잘 못 잡으니까 하는 은근한 시선들이 느껴질 때마다 움츠려 들고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격지심인지 4학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 선생님이 아이를 잘 지도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로 들려 별로 힘든 것은 없고 작년에는 어땠나 궁금했다는 말로 서둘러 대화를 마쳤다.



그 후로도 학기초 몇 달은 태균이와 좀 씨름을 했던 것 같다. 어르며 달래기도 하고 불러다 조용히 다그치기도 하고. 남겨서 반성문도 쓰게 하고. 원래 한 사람이 맨 뒤에 계속 앉는 걸 막기 위해 모둠은 고정으로 하되 자리 열을 월요일마다 바꾸는데 태균이 자리는 맨 앞에 고정석으로 두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태균이가 시끄럽다고 자리를 바꿔달라던 여자아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태균이 이제 많이 시끄럽지 않은 것 같은데 저희 모둠도 맨 앞에 앉게 해주세요.”


(태균이 모둠은 태균이가 맨 앞 고정석 인터라 늘 그 뒷자리부터 자리를 돌아가며 앉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즈음 태균이를 따로 불러 얘기하거나 수업 중에 태균이 때문이 수업 흐름이 끊기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새로운 교실에 적응을 해서 그런 건지 나와의 레포가 형성되어선지 확실히 내 관심을 끌려던 많이 행동들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 태균이는 바뀐 모둠에서 월요일마다 자리 열을 바꾸고 있다. 여전히 가끔은 이상한 음절을 수업 중에 소리 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소리를 빽빽 지를 때도 있지만 학기초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은 분명하다.

태균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3월 초 학년 성에 맞지 않게(현재 5학년 담임) 저학년 특성이 다분하던 아이들이 말도 적어지고 행동도 좀 차분해진 것 같다.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며 콩나물시루에 물 붓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올해 콩나물들을 특히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금요일 미술 시간에 아이들과 해 본 젠탱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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