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퇴 자체를 마냥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자퇴라는 제도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학생과 학부모께서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입니다.
다만, 자퇴 목적이 '학습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자퇴는 한번 더 신중히 고민해 볼 것을 조심스레 말씀드리곤 합니다.
공교육의 목적 중 하나는 '사회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 학교는 아이들의 작은 사회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학교라는 테두리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합니다. 사회성을 기르는 과정에서 혹여나 아이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훈계로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에이! 선생님, 검정고시 보고 대학교에서 충분히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청소년기는 몸이 성장하는 시기면서 마음이 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식을 발달시키고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웁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식도 주지만 지혜도 줍니다. 성인이 되기 전 내가 누구이며 타인은 누구인지, 친구란 무엇이며, 이성 친구는 무엇인지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지식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삶의 지혜는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고유한 것이 있습니다.
특목고 입학을 준비하더라도 검정고시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가령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은 학교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1차에서는 학교 성적 + 출결을 확인하고 2차는 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면접으로 진행됩니다. 검정고시를 본다면 2차 면접 때 학교 생활기록부를 참고할만한 사항이 없으므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시를 떠나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와 지혜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퇴는 중학생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교육 관련 뉴스 기사를 보면 고등학생도 점점 자퇴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큰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결정이 과연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입시를 강요하는 어른들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