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 / 風之童

무아지경

by 담이

나는 이름 없이 불어온다

피었다 지는 꽃잎 사이

묶이지 않고, 머무르지 않고

슬픔도 기쁨도 스쳐지나

다시 길 위에 흩어진다


들리지 않는 노래로

사라짐을 끌어안으며

모든 발걸음의 끝에서

나는 처음이 된다


바람을 느끼며

나의 몸을 감싸며

속삭이듯 말한다


“괜찮아, 감싸줄게”


그 포근한 품 안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한번

바람이 된다


나는 존재하지 않으나

온 존재를 스쳐 지나고


마음이 나를 부를 때

나는 이미 그 마음속에 있다


형상 없음으로 흐르고

이름 없음으로 머문다


닿음과 떠남 사이

경계마저 사라질 때

나는 바람도, 아이도 아닌

그저 길 위의 길이 된다


이제 머무를 이유 없으니

나는 흩어지고, 또 흩어진다


붙잡음 없는 숨결로

남은 그림자마저 씻어내며


모든 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나는 길 밖으로 걸어 나간다


홀로도 함께도 아닌 채

바람의 끝을 건너면


그곳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은 채

조용히 사라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꽃 속에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