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나는 이름 없이 불어온다
피었다 지는 꽃잎 사이
묶이지 않고, 머무르지 않고
슬픔도 기쁨도 스쳐지나
다시 길 위에 흩어진다
들리지 않는 노래로
사라짐을 끌어안으며
모든 발걸음의 끝에서
나는 처음이 된다
바람을 느끼며
나의 몸을 감싸며
속삭이듯 말한다
“괜찮아, 감싸줄게”
그 포근한 품 안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한번
바람이 된다
나는 존재하지 않으나
온 존재를 스쳐 지나고
마음이 나를 부를 때
나는 이미 그 마음속에 있다
형상 없음으로 흐르고
이름 없음으로 머문다
닿음과 떠남 사이
경계마저 사라질 때
나는 바람도, 아이도 아닌
그저 길 위의 길이 된다
이제 머무를 이유 없으니
나는 흩어지고, 또 흩어진다
붙잡음 없는 숨결로
남은 그림자마저 씻어내며
모든 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나는 길 밖으로 걸어 나간다
홀로도 함께도 아닌 채
바람의 끝을 건너면
그곳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은 채
조용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