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순응이었습니다.
누군가가 하라고 하면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려웠고, 거절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행동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곤 했습니다.
“이건 조금 미안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이미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그 일을 끝내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설명하지도 않았고, 이유를 묻지도 않았으며, 그저 저에게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함께 있었던 사람들도 분명 있었는데, 왜 책임은 한 방향으로만 향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과를 요구받는 순간보다, 내가 아닌 사람으로 규정되는 일이 더 아프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한 번의 행동보다 더 큰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편견 속에서 만들어진 ‘누군가’로 남아 있었고, 그 모습이 저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그 분노는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 생긴 감정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저는 그 장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어렸고,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았으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힘도 부족했습니다. 그저 살아남듯 그 시간을 지나왔을 뿐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렸습니다.
저는 잘못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 버티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의 저를 조용히 안아주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혼자 감당하려고 애쓰셨군요.”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판단은 더 이상 저를 크게 흔들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저를 그렇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 제 존재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책임은 스스로 선택하여 지는 것이지, 강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죄란 무릎을 꿇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 이해에 닿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는 싸우지 않습니다.
증명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 안에서 조용히 느낍니다.
저는 이미 그 시간을 지나왔고,
이제 제 자신과 하나가 되었으며,
평온합니다.
그렇게 조용히 연 꽃안에 어두웠던 과거의 장면을 밝게 바라보게 해줄 수 있는 분을 기다리고 있었는 것 같아요 어린 저에게 보호 대신 책임감과 압박을
어린 저에게 안정 대신 불안을 괜찮은 척 괜찮지 않은 저를 마주합니다.
"이제 괜찮아, 흔들리지 않아도되, 울지 않아도 되 여전히 나는 살아있는 연꽃안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