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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파랑 Aug 24. 2023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지음     

허름하고 찬란한 기쁨

하찮고 찬란한 기쁨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지음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는 백수린 작가가 마을 꼭대기에 있는, 낡고 오래된 집에 살며 쓴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에게 언덕 위의 집은 행복을 배우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 집에 살면서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p.13)”과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p.14)”

을 깨닫는다.      


작가의 말처럼 집은 시간이 기억되는 곳이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역사가 아로새겨지는 공간이다. 집에는 냄새와 맛, 우리가 지나온 구체적인 사건들, 버티고 살아낸 순간들, 함께 한 사람과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색깔과 추억이 퇴적암처럼 켜켜이 각인되어 오롯이 보존되어 있다. 그렇게 집에 스며든 흔적들이 집을 데워주는 연료가 된다. 집이 아늑한 이유다.      


작가는 “내 것이 아닌 욕망과 거짓된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의 집’(p.41)”을 찾고 있지만, 작가는 이미 그런 집에 사는 것 같다. 언덕 위의 집이 바로 그녀가 찾던 그 집이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p.40)” 곳. 자기 안에 숨어있는 사랑을 찾아낼 힘을 주고, 쓸모와 효용보다는 무용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곳. 무수한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언덕 위의 집이다. 작가는 그 집에 머물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 성곽길을 따라 걷는 저녁 산책, 이웃 주민의 호의, 늙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시간, 친밀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행복을 찾아낸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사소한 일상에서 비롯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처럼 산다면 “어둠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기쁨을 기어코 발견해 내고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히 누리는 사람(p.160)”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와도 사이좋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불안과 유혹에 눈이 가려져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때(p.41)”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한 힌트를 얻으면 좋을 것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든 날에는 작가가 다짐한 것처럼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p.225)”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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