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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파랑 Jul 27. 2023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첼리 두란 라이언, 아놀드 로벨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 중요한 것은 밤이 아니라 낮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 중요한 것은 밤이 아니라 낮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의 주인공은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밤이 되면 자기가 싫어하는 밤을 몰아내기 위해 빗자루로 쓸고, 자루 안에 담고, 솥에 담아 펄펄 끓인다. 가위로 자르고, 침대와 우물에 쑤셔 넣어도 본다. 밤에게 자장가도 불러주고, 우유도 주고, 주먹질도 한다. 짓밟고, 때리고, 무덤에 파묻으려고도 해 보지만 모두 실패한다. 결국 할머니는 그 어떤 투쟁에도 물러나지 않는 밤을 포기하고 지쳐 쓰러져 잠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가 좋아하는 밝은 해가 떠오르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림책 속의 할머니는 밤이 지나면 낮이 온다는 단순한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온 힘을 다 바쳐 밤을 몰아내며 인생을 허비한다. 밤과 싸우지 않고 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잠이 들었다면, 할머니는 그토록 자신이 좋아하는 낮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밤과 사투를 벌이느라 지쳐 낮 동안 깊은 잠을 자고, 자신이 좋아하는 낮은 누리지도 못한 채, 다시 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밤은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욕망하고 집착하는 대상이지만 끝내 나의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의미한다. 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순리를 거스르는 우매한 욕망들다. 내 손안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코 내 손아귀에 들어올 수 없었던 것들. 자녀의 성공이라든지 재산, 명예, 배우자의 이상적인 모습 등이 이것일 수 있다.      


순리대로 사는 삶을 거부하는 할머니의 어리석은 모습을 통해, 작가는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욕망만을 뒤쫓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꼬집고 있다. 사실 할머니가 밤보다 낮에 집중하고 낮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면, 모든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을 것이다. 고생하지 않고도 자신이 누리고 싶은 햇볕을 받으며 사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본인이 싫어하는 밤에만 온 인생을 집중하고 있디.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할머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연연하며, 그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더 큰 차를 몰아야 하고, 더 넓고 좋은 집에 살아야 하고, 더 큰 성공을 해야 하고, 내 자식은 남의 집 자식보다 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욕망을 쫓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고뇌와 번민 속에 살아간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욕망이, 열정이 아닌 욕심이라면, 당신은 힐드리드 할머니와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낮을 불러온다. 그런데 밤을 몰아내겠다고 잠을 자지 않고 밤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힐드리드 할머니처럼 영영 낮을 볼 수 없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끝없이 집착하, 어두운 밤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  밤을 계속 몰아내며 나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헛된 욕심이 나에게 주어진 햇빛을 가리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현재 나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 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밤이 아닌 햇볕 아래에서 살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마음이 욕심인지 열정인지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나의 행동에서 욕심을 빼고 열정을 남겨 성장시키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순리를 따르는 삶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밤에 머무는 삶을 경계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성장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순리를 거스르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우쳐준다. 또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밤에 집중하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까운 주변인들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주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이루고자 하는 욕망 앞에서 큰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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