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꾼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고, 중학교 다닐 때에는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대학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고, 대학교 다닐 때에는 좋은 직장을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 역대 가장 큰 꿈이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하기사 꿈에 크기가 있겠냐만은 내가 꿈을 꾼 건 내 현실에서 보이는 것을 꿈으로 잡았던 것 같다. 남들보다 큰 꿈을 꾼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내겐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어릴 때 부터 글자에 관심이 많았고, 길을 가다 보는 가게의 간판들을 보며 허공에 집게손가락을 들어 글자를 휙휙 따라썼고, 중학교올라가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부터는 책상에 앉으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 다이어리에 좋은 글이나 시를 예쁜 펜으로 여러가지 색깔로 써서 글자를 적어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왠지 글씨를 쓰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형형색색 오색찬란하게 꾸미면 그만큼 신나는 일도 없었다. 나는 그림에도 소질이 없었고, 오로지 글자만 , 글씨만 종이에, 허공에 손가락으로 펜으로 휘휘 휘적이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말로 내뱉어 풀어버리지 못한 상황들이 쌓인 그날은 다이어리에 뱉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옮겨 표현하였다.
집에는 오빠가 공부는 물론, 운동도, 만들기도, 그리기도, 학교반장부반장 전교부회장 까지 하는 인물이라 난 존재감이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고, 내세울 것도 없었다.
자신도 없었고, 줏대도 없었고, 귀가 얇았고, 꿈도 야물지 못했고, 한마디로 물렁떡인 내가 싫어 화풀이를 글로 한 것이었다. 나는 공부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할말 다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잘하는 것 하나도 없다고 느낀 내가 내게 가진 자격지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비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비교되던 나는 그것을 글로 풀어냈다.
그렇게 하루이틀 한달 일년 삼년 오년 내 내면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고요한 밤, 조용히 책상앞에 앉아 적는 글로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 공부가 다는 아니다. 난 오직 나만의 길을 간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읽어보지도 않은 책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내 글의 끝은 항상 나 자신에게 내가 힘을 실어주는 글로 끝이났다.
어릴 때 부터 내게 화풀이하듯 쌓인 행동이 된 글쓰기가 이젠 습관이 되었고,
잘하던거 하나 없던 내가 오로지 하나 꾸준히 하던 글쓰기를 하게 되어 이렇게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어릴 때 부터 하도 책을 안 읽어서 가로늦게 아이 교육상 책읽는 엄마가 되자 싶어 시댁 바로 앞 동에 있는 시립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
읽은 책들을 그냥 읽고 덮어버리기엔 내 나이 40에 너무 아까워서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증표같은 걸 남기고 싶었다. 자랑 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혼자보기는 심심해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에 가입하여 읽은 책 사진과 책읽은 후기를 남겼다. 일상사진이나 음식사진,여행사진들도 가끔 넣고 하던데 나는 오로지 책을 읽은 후기만 남기게 되었고, 그게 나중에는 책을 낸 작가님들과 출판사에서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글쓰기는 억지로 하지 않았다.
난 마음 속에 있는 말이 많았고, 그것을 뱉어낼줄 몰랐으며, 그 말을 나 자신에게 하고 나 자신만이 알고 싶었다. 나의 10대때 쓴 글들을 읽어보니 내게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거칠게 지나갔었구나. 를 느끼며 화들짝 놀란 내 심장과 기분이 그 글들을 누가 볼까 싶어 다 버려 버렸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글은 누군가가 보면 안되는 글이 되었고, 그런 글은 여러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당사자인 바로 나였다. 내가 내게 미안한 글 뿐이었다.
"글아, 너도 어릴때 참 힘들게 살았구나... 내가 너를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니가 쓰는 글이 세상 모두가 볼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마음 예쁘게 먹자꾸나. 사랑한다 글아...."
세번째 긍정.
내가 나를 안아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