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에피소드 2 제목: 나는 우유를 좋아했다.(과거형이므로 지금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엄마는 모유를 끊었다고 한다. 나는 둘째였고, 위에 5살이 많은 오빠가 있었다. 엄마는 오빠 키우는 게 힘이 들어 나를 키울 때 젖을 일찍 끊고 분유로 갈아탔다고 한다.
내가 잘 때 엄마가 분유 네 병을 태워놓고 내 머리맡에 놔두면, 6개월 된 아이가 분유 한 병을 다 먹고 머리 위로 던지고 또 머리 위에 가득 든 분유병을 찾아들고 마시고 던지고 , 또 분유병을 들고 마시고 던지고 들고 마시고 던지고 또 마시고 던지고 해서 날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엄마는 날 아주 영리한 아이로 생각하셨다. "6개월짜리가 어떻게 스스로 분유를 찾아 먹을 수 있었겠니?" 하지만 나는 혹시 엄마의 방임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에이. 아니겠지. 엄마는 내가 하도 잘 먹으니까 날 위해서 우유병을 내 머리맡에 놓아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자면서 분유병 4병을 다 비워야 잠을 자는 뱃골이 큰 것이 팩트였다.
그 뒤로 나는 우유가 물이 되었다. 사이다도 맛이 없고,
콜라도 맛이 없었다.
물은 더 맛이 없었다.
급기야 4살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 당시에 ㅅㅇ우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 종이팩 1000ml짜리 ㅅㅇ우유가 통째로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우유만 봤다 하면 다 마셨다. 식탁 위에 있으면 클리어, 냉장고 안에 있으면 클리어. 집에 있는 우유란 우유는 모두 내 입 속으로 직행했다. 4살짜리가 들기 엔 무거운 1000ml 우유를 식탁으로 알맘발맘 걸어가서 통째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벌컥 벌컥 벌컥 ... . . . 웁~ !!!!!!!! 푸~~~~~~악! 퉤에!!!!!!!!!!
우유에서 이상한 맛이 났다. 우유가 상한 게 아니라,
우유가 뜨뜻했다. 오빠야가 쉬가 급해서 그 우유통 에다 쉬를 한 것이었다.
이런 젝일..
속이 보이지 않는 하얀색 종이위에 연두색 물방울이 촘촘히 그려진 ㅅㅇ우유팩 속에는 신선한 우유가 아닌 신선하고 따뜻한 오빠의 오줌이 들어있었다.
먹성 좋은 나는 그게 우유인 줄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벌컥벌컥 마신 것이었다. 어우~ 지금 생각해도 우웩이다.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신 두 분, 문득 문득 그 추억을 소환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