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역경을 딛고 일어난 기적의 삶.
p.95 구역질 나는 세상
할머니는 내가 또 집을 나갈까 봐 거실에서 주무셨다. 원래도 몸에 화가 많으셔서 베란다에 발을 내놓고 주무셔야 했기 때문에 항상 거실에서 주무시긴 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집구석을 나가야 한다. 무조건 나가야 한다. 이 집에는 완전한 내 편이 없다.
P.216 그렇게 나는 외국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학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파운데이션 과정 중 에세이를 써서 사회학 교수님에게 제출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높은, 그것도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평가 페이지에 친필로 장문의 글을 쓰셨다.
“혜미, 너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니 힘들어도 다 버텨 내거라.”
교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내 영국생활이 어땠을지 솔직히 상상이 안간다. 홀로 시간을 보내던 그때 전화가 왔다.
“혜미, 시간 괜찮으면 내 사무실로 오지 않으련?”
나는 바로 준비하고 교수님 사무실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나도 잊고 있었던 내 생일을 교수님이 잊지 않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교수님에게 달려가 품안에서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