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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May 04. 2022

습작이 결핍될 때.

정신이 나갔다 왔다.

한 이틀 그랬다.

오늘은 기절도 했다.


번아웃인가?


살아오면서 내 속의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글쓰기는 내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습관이었다.




사실, 나는 실행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생각은 상당히 결벽스러운데  

수세미뭉티기 같은 결벽적인 생각을

몸으로 풀어내지 않아서

머리속이 꽤 복잡한 인간이다.


밥을 하기도 전에 반찬 만드는 생각을  하고,

집안 곳곳 돌아보지도 않고 머릿속에 그려놓은 공간을 둘러보며 정리도 많이한다.


맛있는 반찬대신 빈 반찬통을 마주할 때.

깔끔한 화이트 엔틱 식탁이

잡다한 생필품들의 거치대로 놓여진것을 마주할 때 오는 괴리감은 가끔씩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결국 가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별스러울것 없이 수긍하고 체념해왔다.


지금은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다.


 한창 타국으로 건너와 적응하며 사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게을리 했다.


참 멋 없는 핑계다..


몸이 바빠

머리가 따라오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단정짓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기 좋아하던 인간인 내가,.

 생각을 할 틈 없이 몸이 바빴으니까.




만물이 소생하는 한국봄볕의 따스함을 느끼는 대신,

이마를 태울 것 같은 찌는 듯한 무더위가 .


잠시 스친 소심한 꽃샘추위 대신,

100년도 더 된 나무를 꺾어버리는 벼락과 느닷없는 소나기가...


40년동안 지낸 나의 터전은

천지가 뒤집힌 것처럼 확 바뀌어 버렸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온것만 같아

아직도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게다가 빌고 빌었던 둘째가

무려 12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찾아와서


뜻밖에 겪는 나이마흔의 임신이 나의 심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국에서의 지난 아픈 생활을 청산하고자

과거를 도망치듯 묻어버리고

바쁘게 다가오는 매일매일에 흠뻑젖어 살아오던 어느 날,


나는,

가림막을 한 경주마처럼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음을

불현듯 느껴버리고 말았다.


숨이 차고

어지럽다.


게다가 지친 내 몸엔 지독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치고  것이다.

(델타변이일까.

스텔스오미크론일까.?)

도저히 알  없는 미지의 병이 내 몸에 족쇄를 걸었다.


둘째는 내 몸안에서,

나는 코로나 안에서..

우리는 집안에 갇혀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요양중이다.


이렇게 아픈걸 드러내고 싶어

간만에

감성에 쩔은 글을 . 쓰고있다.


어쩌면 글을 쓰지않아 받은 벌일까?.


그치만 벌을 받고 있다고 하기엔,

내 속이

국물에 퉁퉁불은 만두처럼 터질 것만 같다.

 

글을 써야만

살아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임신우울증인지 코로나우울증인지...


오늘도 어김없이

꺼이꺼이 우는 나를 따라,

소나기로 보였던 빗물이 이곳에도 하루 내도록 흘러 내린다.


땅은 촉촉히 젖었고

내 마음또한 젖었다.


꽉막힌 코는

울어서 막힌건지

코로나로 막힌건지


아무렴 어떠할까,


타국에 와서

잠시 축제와 같은

매일을 보냈고

그 행복에 겨운,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소식들

한다발은 뒤로 한채

이토록 축축한 글로

타국살이를 담아내다니

나도

참 못났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바람이 불어 모든걸 훌훌 쓸고 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내 마음을

글로

차곡차곡 정리하며 살아야겠다.


습작이 결핍이 될 때


내 마음은

비에 젖은 일기장이 된다.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을테니..


2022.05.04

브런치작가 정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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