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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May 27. 2022

[호치민에서의 일상] 일주일 돌아보기

5월 넷째주 에세이

쌀국수지만 쌀국수라 부르지 않는 분보.

이집 국물은 진리다.

정말 끝내주는 맛.

이 맛은 아침마다 생각난다.

집에서 걸어 15분정도 걸리는 곳.

고수가 들어가지만 그래도 맛있다!

호치민에서 유명한 분보집이다.

외국인 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은 분보집!



삶은 소고기 쌀국수다. 이것보다 힘줄쌀국수가 더 맛있었다.


유명한 베트남식 보리차 .

짜다!

맛이 짜서 짜다 가 아니라,

이름이 그냥 짜다 다.

tra da.

베트남어는 특이하다.

한문을 영어로 쓰는 듯 하기도 하면서 발음은 프랑스식과 비슷하다.

여러나라의 영향을 받은 문화.


맛은 조금 쓰다.

자스민차를 차게 해서 먹는 국민차다.

단짠한 분보를 먹고 나면 입가심하기에 이 차 만한게 없다.

모든 음식의 맛을 싹 없애준다.

깔끔하고 시원한 짜다...


분보집의 메뉴판인데 한글이 적혀있다.

한국인촌에 있어서인지, 한국어와 영어로 부연설명이 되어있는 친절한 메뉴판.

가게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짜잔~~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힘줄 쌀국수!!

볼이 들어가있는데 소시지 맛이 난다.

엄청 엄청 맛있다!!

나물도 많이 준다.

고명이라고 해야 하기엔 양이 많다.

분보면이 입에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그래서 나물을 많이 넣어서 아삭아삭 씹는 맛으로 먹어야 더 맛있다.

국물을 거의 반틈이상을 마시게 된다. 너무 맛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베트남 향토음식,

또, 에어컨이 없다. 이곳은 사방이 뻥 뚫려있어서,

호치민의 후끈한 공기를 선풍기로 날려주지만, 땀이 비오듯 하면서도 이 뜨거운 국수를 후후 불어먹는 맛에 더욱 더 별미로 느끼고 먹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앞에는 수영장이 있다.

시원한 풍경. 보고만 있어도 넘 좋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이곳 풍경이 너무나 그리워질 것이다.

언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파트 전경.

부유한 베트남인들과 한국인들, 그리고 일본인들과 간혹 중국인들도 보인다.

한인촌이라서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집에 와서 먹는 후식.

마카롱..

아는 언니가 수제마카롱을 전문으로 한다. 언니한테 주문해서 받은 마카롱.

한국에서는 이것을 뚱카롱이라 부를 것이다.

엄청 크다. 그런데 언니는 뚱카롱 같은 사이즈를 일반마카롱으로 제작하고, 뚱카롱은 이것보다 사이즈가 더 크다.

그리고 한국보다 가격은 절반이면서도 맛은 기가 막힌다.

많이 달지도 않으면서

크기도 커서 식감이 훌륭하다.

두 입이면 없어진 마카롱의 아쉬운 식감을 이것으로 만끽한다.

하루에 하나 이상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아들의 입에 들어가는 마카롱.

아이의 입과 대비해보면 얼마나 큰지 알수 있다.





다음 날, 오전 산책을 나섰다.

집 앞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꽃이 참 예쁘다..

태국이나 베트남.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보는 꽃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집 앞 떤미시장 가는 길.

이동이발소가 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더운데, 어떻게 머리를 깎을 수 있는지 이발사도, 손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떤미시장 나들목. 처음으로 와본 집 근처 시장이어서, 들떴는데 내가 살던 대구의 서문시장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차보다 많은 오토바이.


이 곳에 살게 되면 외국인들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다닌다.

한인촌에 사는 엄마들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호치민 땅은 매우 넓고 더워서 가까운 거리도 오토바이를 애용한다.


열대과일들.

한국에서 사면 몇 만원씩 하는 과일들이

싱싱한 생과일로 1킬로에 몇 천원이면 다 살 수 있다.


어물전. 살아있는 게들이 발이 꽁꽁 묶여있다.

싱싱해서 그렇다. 저렇게 묶여있음에도 움직인다.


싱싱한 새우들.

엄청 컸다.

지나가는 데 사라고 한마리를 잡아 올려 보여주시는데 너무 무서워서 기겁했다.

남편은 소리지르는 내가 더 무섭단다.


세상에, 자두가 보였다!

그래서 1킬로를 샀다. 지금 자두가 나올 철인가보다.

그런데 맛은, 매실처럼 시큼하면서 아주 살짝 단맛이 났다.

베트남사람들은 이 과일들을 사먹을까?

남편은 사지말라고 말렸다. 맛없다고..

나는 음.. 후회하지 않는다.


수박, 바나나, 망고스틴 같은 달기만 한 열대과일들만 먹다가 한번씩 새콤한 자두같은 과일도 먹어줘야 몸이 건강해 질테니까...

난 신맛을 좋아한다.

가끔 찬물에 식초만 태워서 한 컵을 벌컥벌컥 다 마신다.  


없는 조개가 없다.

한국에서는 잘 못봤던 귀하디 귀한 맛조개까지!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는 맛조개. 엄마는 조개중에서 맛조개가 최고별미 라고 하셨다.

"조개가 달아. 단맛이 나. 맛조개에서."

여기서는 모닝글로리, 그러니까 공심채와 함께 볶아서 많이 먹는다.

밥도둑이다.



뙤약볕이다. 엄청 뜨겁지만, 파라솔 아래에 서있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몸에 난 땀을 모두 식혀준다.

사람들 모두 파라솔 안으로 볕을 피해 걸어다니려고 한다.



그늘로 들어오니 시원하다.

아. 살것 같다.

속옷을 샀는데 넘 편하다.

위아래 한 세트를 두 벌이나 샀는데 만원대다.

그런데 남편은 이것도 바가지였다고 이야기 한다.

외국인이라서 바가지 씌운거라고..

시장은 깎는 재미로 오는데 왜 한푼도 깎지 않았냐며 핀잔을 준다.

나는 더워서 값을 깎는 실랑이는 벌이고 싶지 않았다.

 



먹고 싶었던 나물들이 많았는데, 갈길이 멀어 사지 못했다.

참 아쉽다.

다음에는 청경채라도 꼭 사와야 겠다.



저 빨갛게 잘익은 토마토 하며, 양상추, 상추 등

내가 좋아하는 푸른잎채소들..

다 뜨거운물에 익혀서 조물조물 양념해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향이 어떨지 짐작 할 수 없어 살짝 겁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신발가게.

저렇게 쌓아놓은 알록달록한 신발들은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크x스 처럼 생긴 편하고 가벼운 신발을 샀는데 10만동이었다.

한화로 약 5천원.

싸서 마음에 든다.

어차피 한국에서 사도 made in vietnam 이니까...


예뻐서 찍은 조화 가게.

화려한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가 산 신발..

지금도 집 앞 가까운 곳을 나갈때는 자주 신는다.

사이즈를 넉넉하게 사서, 신고벗기도 편하고, 걸을 때에도 안 신은듯 너무나 가볍고 편하다.


나오면서 사먹은 늑깜.

베트남식 오렌지 쥬스

설탕이 엄~~ 청 들어간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어서 녹을 때 까지 휘휘 저어야 되지만 그럼에도, 설탕이 입안에서 씹힌다.

설탕을 넣지 않으면 오렌지는 정말 시다 못해 쓴 맛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남편이 설명해줬다.

뙤약볕 아래에서 흘린 땀을 생각하면 이정도 수분과 당분은 섭취해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 쥬스를 다 먹고 난 뒤에도 집으로 걸어서 갔고, 이 날 나는 호치민에서 산 이래 처음으로 만 보를 기록했다.


늑깜 두 잔에 7만동.

한잔에 35000동. 우리돈으로 약 1700원이다.

비싸다. 하지만 생과일 쥬스니까...





이 샛노란 빛깔.

지금도 오렌지 향이 코를 찌르는 것 같다.



집에와서 씻어 먹은 자두와 망고스틴.

망고스틴이 워낙 달콤해서 자두를 먼저 다 먹고 망고스틴을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면 자두는 너무 시어서 먹지 못하니까..


과육이 빨갛다.

굉장히 달아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도 안 달고 시큼하기만 하다.

신 맛을 좋아하는 나는 괜.찮.다

며칠 뒤 아는 언니와 함께 후띠유를 먹으러 갔다.

후띠유는 또 하나의 쌀국수지만 쌀국수라고 부르지 않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국수는 베트남말로 포(또는 퍼)라고 부른다. 대게 퍼 라고 이야기 한다.

성조도 있어서 한 낱말이지만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후띠유, 분보, 퍼는 모두 다 다른 음식을 지칭한다.



여기는 호치민 7군 내에 후띠유 맛집.

이른아침 문을 열고, 아침 장사로 하루를 다 하는 곳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현지인들 보다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맛도 베트남 현지식에 비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된 맛이라고 한다.

퓨전 후띠유 라고 할까나..




드디어 나왔다.

이름하여 후띠유 스페셜~

대하가 눈에 띈다.

엄청 실하고 통통했던 새우.

지금도 침이 고인다..



여기는 특이하게 고수를 안준다.

한국인들이 고수에 익숙하지 않음을 알아서 그런지, 고수를 빼고 편마늘이 나오며 숙주나물이 많이 나온다.

얇게 썬 매운고추 몇 조각과 편마늘 몇조각, 그리고 숙주나물을 푸짐하게 넣어서 휘휘젓고 먹으면 된다.

역시 이 곳 또한 에어컨이 없는 곳으로 야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단짠단짠한 뜨거운 국물을 후후 하고 불어먹는다.

그 맛은 질리지가 않는다.

한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음식.

나한텐 이 요리들이 그럴 것이다.



뜨거운 쌀국수를 배가 부르게 먹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른 스타벅스다.

말이 필요없는 스타벅스.

커피를 제외하고는 모든 음료들의 맛은 세계가 동일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입맛엔 너무 달았다.

다음엔 이 단 음료 말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차 종류를 마셔야 겠다.

근데 비싸다.

역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곳이어서 매장 안에도 한국사람들이 99퍼센트였다.



저녁엔 아들과 집 앞 60m 거리에 있는 일식라면집을 찾았다.


집에랑 무척 가까운 데도, 그동안 한번도 와보지 않은게 신기하다.

사케. 소싯적에 북어꼬리가 들어간 뜨뜻한 사케를 좋아했더랬다.

구수한 육수같은 향과 함께 뭉근히 올라오는 취기가 좋았다.


지금은 술을 끊었으므로 패스.


이제는 술을 뭐하러 마시는 지 모르겠다.

머리아프고 속쓰리고 덥고 ..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분위기에 취해 마셨나보다.

이제는 내게 안맞는 걸 안다.

내 정신이 아니게 만드는 술이 싫어졌다.


못 먹어서 그런가??...

아니,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다!

술은 나하고 안 맞다.


라면과 함께 시킨 교자가 먼저 나왔다.


전통 일본라면집이었다.

모든 음식이 일본식이었다.

이 교자에도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만두 안에 육즙이 흘러나왔고, 반죽도 적당히 쫄깃해서 아들이 잘 먹었다.

금방 나와서 너무 뜨거웠던 것 빼고는 말이다.


내가 시킨 라면.

블랙스파이시 라면인데.

국물이 많이 기름졌고, 라면자체가 좀 느끼했다.

나는 깔끔한 국수처럼 생각했는데, 기름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새콤매콤한 깍두기가 절로 생각났다.


아들이 시킨건 이푸도 스페셜 . 정통라면 같았다.

육수는 닭을 우린 육수맛이 났고, 아들은 후루룩 너무 잘 먹었다.

역시 면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

다 먹고 나서 어땠냐고 물었더니 아들은 정말정말 맛있었다 라고 이야기 했다.

나는 아니지만 아들이라도 맛있게 먹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번 주 호치민에서 보낸 일상들.

요즘 맛집탐방에 푹 빠졌다.

아는 언니와 함께 맛집투어를 다녀보기로 했다.


타국살이 하면서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먹는 낙으로라도 살아야지.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설레인다.


건강하고 즐거웠던 한 주.


다음 주도 알차게 보내야지..





2022.05.27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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