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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Jul 17. 2022

호치민에서의 일상

일주일살이, 사진에세이.

호치민의 아침.

요즘은 일어나자 마자 산책을 나가는데도, 아들방학이라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햇볕이 많이 따갑다.

7시쯤 나가면 시원한 바람이 간혹 불어서 걷기 좋은데, 9시에 나가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한국의 여름, 정오에 뜨는 햇볕이 호치민에서는 9시면 뜬다.


매일 아침 찍는 풍경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꽃은 피고 진다.



아파트 둘레길을 걸으며 찍은 꽃들.

아파트 내에 가꾸어진 정원에 핀 꽃들만 이렇게 다채롭다..




아침밥을 집에서 하기 싫은 날,

아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베트남 로컬 카페엘 갔더랬다.

거기서 팔던, 바게뜨 빵과 소고기 수프.

그 이름이 있었는데, 베트남어라서 읽지를 못하고, 가게 주인이 핸드폰으로 설명해줘서 시킨 음식이다.

베트남에는 이런 바게뜨 빵이 정착되어 하나의 유명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먹으려 가지고 들어온 바게뜨 빵.

식민지 시절이 끝나고도 이 음식은 베트남토착화가  되어 지금은 BAHN 이라고 시작되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프랑스 식 정통 바게뜨를 먹어보지는 못했다.

내가 알던 바게뜨는 파X바게뜨에서 처음 사먹어본 것 뿐.

거기에 비하면 베트남식 바게뜨는 껍질이 굉장히 부드럽게 잘 부서진다. 그러면서 속은 촉촉하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하다.

나는 내가 알던 바게뜨 빵 보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식으로 만든 이 바게뜨 빵을 훨씬 더 좋아한다.


반미 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는데, 쌀국수 다음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바게뜨 샌드위치라고 생각해보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해 아들과 종종 아침 수영을 한다.

호치민은 무지 넓고, 또 더워서 걸어서 산책은 힘들다. 어디로 이동하려면 그랩이라고 불리는 콜택시 개념의 차를 부르거나, 또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아침을 시작하고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은 집 앞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임신해서 퉁퉁 부은 내 몸에도 수영은 가장 좋은 운동이다.

아들도 요즘 수영을 배워서 수영장에서 다이빙만 하고 물장난만 치지 않는다.

자유형, 배영, 평영을 자유롭게 하며 물 위를 떠다니는 아들을 보면 아기돌고래나 물개가 생각난다.



한인촌에는 한국 식당이 많이 있다.

베트남은 배달문화가 한국만큼 잘 되어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한국에 잠깐 나가있는 남편이 우리 친정집에서 수육먹는 모습을 페이스톡으로 보여줬더랬다.

나는 그 날 이후로 수육에 꽃혀서 매일 수육먹을 날만 기다리다가

결국 야식으로 배달시켜먹었다.


베트남음식을 먹다가 한번씩 먹는 한국음식이 얼마나 맛있던지,

고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채소만 듬뿍 남아

다음 날 마트에서 돼지고기 목살만 사서 내가 직접 수육을 또 만들어 먹었다.


진짜 꿀맛이었다.

쌈채소에 마늘, 고추, 된장만 넣어도 맛있는데, 거기다 수육까지 하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최고봉은 절인배추에 무말랭이를 넣고 먹는 수육맛이었다.

엄마가 해준 그 맛이 났다.


자고 일어 나서 걷는 집 둘레.

아파트 단지가 넓은 편이어서 한바퀴만 돌아도 1000보는 금새 넘긴다.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도 신기하다.

이게 자라면 아마 가지색깔을 띈 콩깍지 처럼 될 것이다.

올 겨울 처음 호치민을 들어왔을 때 그 콩깍지처럼 생긴 열매가 말라서 바닥에 우후죽순 떨어져 있었다.

아마 겨울이 되면 이 열매는 가맣고도 길게 익을 것이다.

여긴 겨울이 없지만 말이다. 말하자면 12월쯤이 아닐까.

밤 8시가 다 되어서 배가 고파 아들과 함께 집 앞 크레센트몰을 찾았다.

크레센트몰의 야경.


크레센트몰은 한인촌에 있는 백화점이다.


명품브랜드는 없지만

한국에선 잘 못보던 해외브랜도 들이 많이 입점되어 있다.

1층은 화장품이 거의 대부분이다. 샤넬, 디올, 랑콤 등 해외브랜드 화장품은 대부분 입점이 되어 있고,

설화수,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등 한국브랜드 들도 해외브랜드 옆에서 자랑스럽게 서 있다.

한국화장품 가게에 사람들이 가장 많다.

그 중에서 내가 보기에 가장 사람이 많은 매장은 이니스프리다.


남편 회사 직원분들은 더페이스샵을 좋아하던데,

이 곳은 이니스프리가 더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보다 더 비싸다. 이니스프리가 원래 이렇게 비싼 곳이었나 의아할 정도였다.


 늘 그렇듯, 그 건물을 대표하는 브랜드들도 입점 되어 있다.

금액은 한국의 중저가 브랜드 정도.


가장 비싼 브랜드는

캘빈클라인과 타미힐피거.



이 백화점안에는 일식점이 참 많다.


회집, 스시집, 일본식정식집.

우리가 간 곳은 2층에 위치한 일본식정식집이다.

늘 그렇듯, 백화점에는 식당이 가장 붐비는 것 같다.


1층에 위치한 회집에 사람이 가장 많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잡기가 힘들고,

식사시간에 가면 늘 대기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늘 많다.

그래서 우리는 붐비는 것과 기다리는게 싫어서 2층엘 간다.


밥 위주로 파는데 김치도 나온다.

김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한 접시에 2만동있던 것 같다. 우리돈으로 1000원이 넘는 가격.

종지그릇에 나오는데도 2만동이나 받는다.


아들이 우동을 좋아하고, 나는 가츠동을 좋아해서

이 집을 가면 늘 이 두 메뉴만 시킨다.


왜 비빔밥과 불고기, 냉면을 파는 식당은 없을까.

한식식당은 KOREA BBQ라고 해서 고기를 구워먹는 식당이 유일하게 백화점 내 3층에 위치해있다.


날이 흐렸던 날.

수영장엔 사람이 없었다.


며칠 추웠던 날이 있었다.

낮기온이 늘 33도~35도를 유지하다가 며칠 29도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한여름이 지나고   

그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가을이 올거라는 느낌이 드는 날씨였다.


그런 날은 춥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열대지방에 살더라도 바람막이는 필수다.

 

이 날 물놀이를 했다가 아들 입술이 새파래지는 바람에 놀래서 금새 나왔더랬다.

쌀국수와 껌승.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베트남로컬식당이다.

베트남어로 "밥을" '껌'이라고 부른다.

껌승은 돼지갈비가 올라간 밥인데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소스를 발라 구운 어린돼지갈비살이 올라가서

밥이랑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아들은 면 킬러인데도, 쌀국수보다 이 돼지갈비 양념이 맛있어서 그런지 요즘 껌승을 많이 찾는다.


나는 매운편고추와 고추기름, 편마늘과 갖은 소스, 그리고 라임즙을 넣고 쌀국수를 먹는다.

새콤하고 짠 쌀국수가 좋아졌다.

새콤한 맛이 나지 않으면 쌀국수 맛이 밍밍하게 느껴진다.


아직 고수와 샤프란같은 향채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숙주나물만 듬뿍 넣어서 쌀국수를 먹는다.


씹지 않아도 후루룩 넘어가는 쌀국수에

아삭한 숙주나물이 씹혀야 쌀국수 한그릇 먹었구나. 싶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에 나는 산책을 나갔더랬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아들은 방학을 6월말에 했는데,

한국학교는 7월중순이 되어서 방학을 했다고 한다.


이 시간에 아들은 자고 있었다...


돌아 나오는데 저 개가 나를 향해 컹컹 짖었다.

달려들면서 짖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꽃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돌아봤더니 나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개를 좋아하는데도 싸우자고 달려드는 개를 보고서는 경악해버렸다.

"엄마!!!!!!!!!!" 하고

소릴 질렀는데, 집사님은 그런 내모습이 우스웠는지 , 아님 자기네 개가 너무 짖어서 민망했는지

'허허' 하고 웃으셨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야! 나 임신했다고! 그만 짖어. "


라면서 내 배를 두드리니까

이 개가 날 보고 더 짖었다.


나는 화가나서 결국

마스크를 벗고 개를 꼬나봤다.


개는 두 귀를 뒤로 젖히며 목과 꼬리를 내리고는

유유히 집사를 따라 멀찌감치 사라져버렸다.


이건 복숭아다.

베트남에서 파는 사과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건 복숭아다.

5킬로에 30만동 , 우리돈으로 약 15000원이 넘는 금액이다.

요즘은 좀 덜 시다.

그렇다고 달지도 않다.

하지만 복숭아를 워낙 좋아하던 나여서

그 향이 좋아 이 복숭아를 즐겨 사먹는다.

가게에서 사면 비싼데,

이렇게 오토바이에 한 소쿠리 담아 파는 아줌마들에게서 사면 많이 싸다.


때를 잘 맞춰야 만날 수 있다.

금새 다 팔아버리고 떠나기 때문에...

남편과 키가 비슷해져 가는 아들.

남편보다 키가 훠얼씬 더더더 컸으면 좋겠다.

무럭무럭 자라라~ 아들.

동생이 삼촌이라고 부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빠가 한국으로 떠난 다음 날, 우리는 이른 저녁으로 또 우동을 먹으러 갔더랬다.

우동은 크레센트몰.

이 날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식사 때가 아니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늘 피하던 1층의 일식집.


일식집만 가면 시키는 메뉴는 똑같다.

난 가츠동, 넌 우동.


예약하지 않아서 매우 오래 걸린것과 우동을 나베우동이 아닌 그냥 우동을 시킨 것만 빼면 다 좋았다.


오래걸려서  은행맛이 나지만 피스타치오처럼 생긴 땅콩을 서비스로 내어 주었고,

가츠동에 올라간 돈까스 맛이 끝내주었다.

난 이 곳을 한번 더 가고 싶은데, 아들은 자기가 먹은 우동에 실망을 했는지

두번다시 이 곳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여전하지만 나는 이 곳에서 조차

김치를 사서 먹어야 했다.


일본음식은 내게 느끼하다...



활기차고 즐거웠던 한 주를 떠나보내며.





2022.07.17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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