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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Jul 30. 2022

호치민에서의 일상

사진에세이.

새벽 5시에는 깜깜하다.

5시30분쯤 되면 여명이 비쳐온다.

지금부터는 새벽 6시의 풍경이다..


밤새 안녕. 별일 없었지.


어제 핀 꽃은 오늘 지고, 어제 몽우리진 꽃은 활짝 만개한다.

호치민은 생동력이 넘치는 곳이다.





오전 10시.

햇볕은 따갑다.

대지의 공기가 뎁혀지기 시작한다.

동남아로 여행오면 많이 보인 꽃.

이 꽃의 이름을 아직 알지 못했다.

비누향기가 난다.

아니 비누중에 이 꽃 향기를 닮은 비누가 있는 것이다.





오전 11시.

그랩을 타고 호치민영사관으로 향한다.

아들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기 위해.


이 날 만난 그랩기사분은 무척 친절했다.


베트남어가 익숙하지 않은 내게,

가는 곳마다 지명을 가르쳐주었다.

당시에는 곧잘 따라 말했는데, 돌아서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서 메모가 필요하다..


한국말도 조금 하실줄 아시는 분이셔서,

내가 계속 오토바이 오토바이 라고 하니,


오토바이? 노노 쎄마이~

라고 가르쳐 주셨다.


베트남어로 오토바이를 쎄마이 라고 부르는 가보다.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왔다.


저녁은 간단한 집밥을 먹었는데,

남편은 음식을 참 맛있게 먹는다.

이 날, 나는 집밥을 엄청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야식을 먹었다.


이건 불막창.

마트에서 샀는데, 후라이팬위에 불로 조리만 해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남편의 안주였으나,

남편은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시원한 맥주와 과일만 먹었고,

이 불막창 한통은 내 입속으로 모두 들어왔다...

한국에서 온 미역..


미역만 약 20만원치다.

두달 보름 뒤

출산 후 내가 먹을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친정엄마가 임산복을 부쳐주셨는데, 거기에 한국말로 이런 손편지가 적혀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찍어봤다...

태어날 다솜이를 쌀 보들보들한 새 수건...

외손주 입으라고 보내주신 선물들..


짐을 푸는데 양이 많아서 남편이 여기 저기 널어놓았는데,

나는 정리하기 전에 감사히 잘 받았다는 인증샷을 이렇게 찍었두었다.


돌 전까지 입힐 수 있는 아기 옷..

너무 작았다.

이렇게 작은 옷을 입을 아이가 지금 내 뱃속에서 꾸물꾸물 대고 있다.

한번 씩 펑펑 차기도 한다. 태동이 엄청나다.



친정엄마가 사주신 아들의 옷.

아들이 벌써 이만큼 컸다니...

호치민에는 꽃도 나무도 잘 자라지만, 아들도 잘 자란다.

이게 다 햇볕 덕분인것 같다.


저녁에 모임이 있었다.

아들도 데리고 나갔다.

아들이 찍어준 우리 사진.

제법 잘 찍었다..


이 집은 돈까스가 참 맛있는 집이다.

학교앞에서 파는 큰 돈까스. 소스가 딱 그 맛이다.

정통돈까스라고 해야할까.

이 집 돈까스를 먹으면 옛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밤에도 돈까스가 맥주 안주로 잘 팔리는 집인데,

우리는 1차로 꼬치구이를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2차로 간 이 곳에서는

맥주와 노가리안주만 시켰는데, 노가리가 야들야들하니 너무 맛있었다.


나는 맥주금지령이 내려졌으므로, 아이스 카모마일티를 시켰으나,

카모마일티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블루레몬에이드를 시켰다.


안주는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



이 날 산책을 7시30분에 나갔는데, 두번째로 이 개를 또 만났다.

나만 보면 짖는 개...

이제 7시30분에는 산책을 피하기로 했다.


대신 만난 참새.

참새가 겁도 없이 서 있길래 도망칠새라 얼른 찍어남겼다.

재바른 참새는 너무 귀엽다.

두 다리를 모아 총총 걷는 그 모습은

꼭 아기같다...



이제 산책은

6시에 나가거나, 8시30분에 나간다.


6시에는 새벽공기가 정말 매력적이다.

하루종일 후끈한 호치민의 공기에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새벽 6시에는 공기에서 풀내음, 꽃내음이 난다.


새벽기상 , 아침기도와 명상 후 바로 나서는 산책은

나의 하루를 건강히 보낼 수 있는 신호탄이 된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진정 기적이고 행복이다.




2022.07.30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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