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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Aug 06. 2022

호치민에서의 일상

사진에세이

이번 한주는 계속 더웠더랬다.

구름이 해를 가리지 않으면 호치민은 사우나가 된다.

다행히 습식사우나가 아니라,

건식사우나다.

호치민은 하노이에 비해 습도가 낮다.

쾌적한 여름이다.

땀이 나더라도 끈적이거나 짜증나게 더운 날씨는 아니다.


오전10시

사막과도 같은 뜨거운 태양.그리고 그의 고도.

이 때쯤 수영장을 가면 딱 좋은데, 햇볕이 정면으로 내리쬐서

피부가 오징어처럼 타버릴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

누군가 현관문 벨을 눌러서 열어보니, 전기를 관리하시는 분이 작업복을 입고

베트남말로 손짓, 발짓을 하시며 자기가 전기를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회심의 한마디.


"노 머니!"


뭐라고? 돈이 없다고?

우리가 전기세를 내지 않았다고?


공산주의 국가는 역시 무섭다.

제 날짜에 입금이 되지 않으니 바로 전기를 내려버린다.


부동산에 일찍이 집세를 냈다. 그럼 부동산아줌마는 우리가 낸 집세로 전기세며 월세 등등을 처리해주시는데

이번에는 깜빡하셨다고 한다.


'아,, 아줌마. 깜짝놀랬쟎아요..ㅠㅠ'

새벽6시 풍경.

5시에는 캄캄하다.

1시간만에 세상은 빛으로 밝아진다.

바뀌는 1시간동안 일어나는 하늘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저 아름다운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배로 건너온 , 구매한 새 책들.

내가 애정하는 작가님들이 내신 책들

그리고 읽어봤는데 여러번 읽고 싶어서 소장하고 싶었던 책들.

특히 기다리고 기다렸던...

브런치에서 만난 초원의 빛 작가님의 신간

#내일엄마가죽는다면

https://brunch.co.kr/@alwaysbehappy

까지..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무게가 많아서 비행기로 받기엔 너무 비싸서

컨테이너로 받았다.

벌써 이중에 절반은 펼쳐보고 있는 중이다.

책욕심이 어찌나 많은지, 정리하자 마자 반틈은 꺼내서 탁자위에 올려놓고 보았다.

배가 고파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먹보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책먹보가 된 것 같았다.

엄마가 보내주신 임부복..

무려 14만원.

280만동이면 5일치 식비다..

비싸지만, 질감은 매우 좋다.너무 시원하다.매번 싸구려옷만 사서 엄마한테 등짝을 맞았는데,역시 엄마는 옷 보는 눈이 탁월하시다.



13인의 한인모임.

남편 지인의 가족이 휴가차 한국에서 들어왔다.

가족모임이 된 이날.

우리는 호치민에서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고깃집에서 최고로 넓은 방을 차지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한국인 식당인데, 베트남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역시 삼겹살은 세계적인 소울 푸드인가보다.

새벽5시30분 풍경.

아직 벌건 해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 새벽기상 중이다.

내가 매일 일기를 써서 공유하는 언니가 하는 말이 있다.

뜨는 해와 눈 싸움하기, 지는 해와 눈 싸움하기 그래서 지지말고 이기기.


나는 해가 부끄러울 정도로

뜨고, 질때 그를 빤히 바라본다.

그럼 그 하루는 내 것이 된 것 같다.

감동적이었던  클락댄스. 완독 후 한컷.

이번주는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더워서 였던 것 같다.

게다가 한국에서 들어온 책도 한 몫했다.

독서시간이 외출할 시간을 잡아먹은 것 같기도 하다.


클락댄스는 한마디로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여자의 삶을 단편적인 사건 4개로 나누어 보여줬는데, 끝부분까지는 넘 평범하고 지루해서 이 소설의 묘미를 못찾고 거의 한달간을 다른 책을 보다가 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8할 정도 읽다 보니 그 때부터 이 소설의 진가가 나타나는 듯 했다.

모든 소설이 다 그렇겠지만 말이다.

남은 2할을 읽으면서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또 감탄했다.


오지라퍼 주인공 윌라.

누구나 겪을 만한 일을 겪지만, 윌라로 인해 나는 인생을 좀 더 친절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따지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윌라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 무미건조하여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요란스러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나, 끝까지 읽어보니 그녀의 인생은 내게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범한 인생들이겠지만, 너는 나만큼 친절해져 봤니?

윌라가 묻는 것만 같다.

그녀는 할머니지만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인것 처럼 아낌없는 친절을 베풀며 살았다.

그녀는 오늘 떠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처럼 후회없이 살았고,

오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포용하며 도전하는 그녀의 삶처럼

내 삶도 그렇게 싱그럽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 인생은 무슨 사건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까.


남은 생을, 나는 무얼 위해서 살까.



깊은 울림이 있었고, 또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이번 한주는 호치민에서 자라는 만물처럼 건강하고 아름답고 살아봐야 겠다.





2022.08.06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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