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싫어도 새벽기상.

8. 하니까 되더라...

by 햇살나무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던 시절, 그러니까 작년이다.


책을 통해 만난 서평가들은

새벽에 책을 읽거나,

아침 일찍 서평을 올렸다.

그리고 책[미라클모닝]이 유행하게 되면서 매일아침을 4시, 4시30분,5시에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이 좋아지고,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사고방식도 바뀌니 새벽기상을 하고 싶어졌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직후에 친정에 있을 때에는 우울증이 심했다.

해가 중천에 떴을때에도 이불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핸드폰만 봤다.

해가 뜨면 내가 갈 곳이 없다는 절망감과, 만날 사람이 없다는 우울감 때문에 하루가 지겨웠고, 아침이 싫었다.


시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밭을 가꾸시던 시아버님과 시어머님께서는 새벽 4시면 옷을 입고 밭으로 살며시 나가셨다.

내가 약에 취해 늘 잠이 많다는 점을 아시던 시부모님께서는 며느리가 늦잠을 자도 이해해주셨다. 그러나, 학교를 가는 아들을 위해, 부지런히 밭을 나가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노고에 해가 중천에 이를 때까지 내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5시,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서 밥솥에 밥을 앉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억지로 아침을 맞이하니, 아침에 몸이 너무 무거웠다.

아들을 학교로 등교시키고 나서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아침잠을 잤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뜨는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아점을 먹었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 하루를 반복하고 나니, 밤에는 또 잠이 오지 않아 새벽 1시나 2시가 되어서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새벽기상을 다짐하고 나서 나는, 새벽 5시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가자미 눈을 뜨자마자 책상앞에 앉았다.

자기전에 책상 위에 필사노트를 얹어놓았다. 다음 날 새벽 일어나자 마자 책상 앞에 놓인 필사책을 보고 바로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책상 위에 필사책이 놓여져 있지 않는다면 새벽에 일어나더라도 필사책을 찾을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에 들 것 같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필사를 하고 나면 잠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타임스탬프로 하늘을 찍었다. 그 뒤로 계속 하늘을 바라봤다. 찰나의 순간에 새벽별이 사라지며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 하루를 내가 시작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밤이 되어가는 하늘은 많이 보았다. 그러나 깜깜했던 밤이 여명으로 밝아지며 까만색이었던 하늘이 남색이 되고, 회색이 되고, 하늘색이 되며 해가 뜨는 방향으로 갈수록 노란색, 흰색이 되어가는 그 과정을 보고 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내가 세상을 밝힌 것 같았다.

밝아지는 세상.

새들도 잠에서 깨어 지저귀고, 헤드라이트를 켠 차들은 저마다 라이트를 끄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의 그 생동하는 풍경들이 가뭄같았던 내 마음에 아침이슬을 맺듯 감동의 눈물로 촉촉히 적셔졌다.






사실, 새벽기상을 한 첫날은 한 시간 지각했다.


'이렇게 캄캄한 밤에 일어나야 한다고?'


알람이 너무 터무니 없이 일찍 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상을 했다는 인증을 브런치에 했다. 나를 구독하신 작가님들 몇 분이 내가 올리는 글 때문에 알람이 새벽에 울려서 그 알람 덕분에 브런치에 들어왔다고 하셨다.

그 인증이 첫날엔 좀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는 그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제대로 된 시간에 새벽기상을 해서 올렸다. 구독하시는 작가님들께 하루만 하고 마는 그런 못난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보는 분들이 계시니 혼자 외롭게 하는 새벽기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새벽기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davin3




새벽기상이 계속될 수록 나는 새벽기상을 멈출 수 없었다.

그건 바로 새벽기상의 마력 때문이다.

감동적인 아침 풍경을 맞이하고 나서 내가 느끼는 주인의식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내 아침의 기분은 밝고 맑았다.

나는 이렇게 맑고 멍한, 그러니까 어제느꼈던 우울함, 불안감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아무느낌도 없는 상태가 참 좋았다.


새벽기상을 할 때마다 그 느낌을 느꼈다.

나는 깨달았다.


'이게 내 본성이구나.'

'노력으로 내가 변하는 구나.'

'나도 변할 수 있구나.'

그리고 희망을 가졌다. 우울감과 발작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새벽기상이 익숙해지면서 여명이 떠오르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기도가 지금 나의 아침을 시작하는 의식이 된 계기는

새벽기상 덕분이었다.



[-다음편에서-]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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