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진심인 사람.

9. 하필 마음이 갔던 건...

by 햇살나무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sns상으로 소통을 하기 시작하면서 서평을 쓰면서 협찬받았던 책들을 무료로 나눔을 하기 시작했다. 출판사에서 물 밀듯 들어오는 서평 요청에 일주일에 10권의 책들이 시댁으로 배송되었고, 시부모님은 내가 저 많은 책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걱정하셨지만, 다행히도 나는 하루에 1~2권은 거뜬히 읽어 서평을 작성했다.

책은 시댁의 어느 공간에 켜켜이 쌓여 갔고, 시어머니는 어마어마하게 쌓여만 가는 책을 놔둘 데가 없다며 책이 자꾸 오는 것을 걱정하셨다. 나 또한 쌓여만 가는 책들을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 묘안이 떠올랐다.


나는 이벤트를 걸어 책 나눔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책 나눔 이벤트를 열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새로운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 나눔을 할수록, 출판사와 작가님들로부터 서평 요청이 더 많이 들어왔다.

책을 놔둘 곳이 없어 나눔을 시작하기도 하고, 협찬으로 책을 무상으로 받았던 고마움을 함께 나누고 싶어 시작한 이벤트였는데, 희한하게도 책 나눔을 할수록 협찬 요청은 더 많이 들어왔다.

그 신기한 알고리즘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책 나눔은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내가 알던 서평가 들은 웬만한 책을 나와 함께 받아보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찾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기회가 없어 책을 읽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이번 기회로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

그렇게 나는 독서를 장려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일은 정말 기쁜일이었다. 보람되었다. 그리고 뿌듯했다.

받을 때 보다 줄 때 마음이 더 기뻤다. 나는 내가 받은 책들을 모두 예쁘게 포장을 하고 손글씨를 써서 나눔을 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기에.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지금도 소통 중이고, 우리는 늘 서로를 응원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저 알고 지내던 , 그냥 같이 서평을 하던 언니가 우리 집 주소를 물었다.

책을 좋아하는 거 같아서 보내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주소를 덥석 불러주었는데,

다음 날, 책이 박스로 배달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독서하며 좋은 글귀를 메모하라는 예쁜 노트들과, 책 나눔을 할 때 쓰라고 준 예쁜 엽서 한 묶음, 화장품 , 그리고 간식거리 등등 없는 게 없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언니 통 진짜 크네.'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내가 받은 것들을 시부모님께 자랑 했다.

두 분 다 그 마음에 감격해하시면서 "너무 고마운 분, 잊지 않고 받은 만큼 또 잘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언니의 sns를 들어가 보았다.

푸르고, 싱싱한 자연의 풍경이 가득 담긴 피드들, 그리고 예쁜 강아지들도 키우고 있었고, 어느 날 산책하다 버려진 유기견도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진들을 감상하다, 언니가 작성한 글을 읽어보니 자연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친정엄마를 그리워하는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내가 그 글을 읽었을 때는 언니가 친정엄마를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일찍 돌아가실까 봐 늘 불안해하며 울던 나였기에, 언니의 글들에서 느꼈던 그 무언의 불안감과 우울함 그리고 , 사무치는 그리움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언니 마음에 한 편의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곧이어 다짐이 되었다.








잘 받았다는 인사를 할 겸 언니에게 톡을 보냈다.

그리고 언니를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린 속 깊은 대화까지 주고받았다.

나는 남편 없는 시집살이를 하고 있고, 우울장애와 공황발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자신도 오랜 세월 시집살이를 했었고, 지금은 전환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상태는 나보다 훨씬 심각했다.

서평을 읽거나, 산책하는 사진을 보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런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놀란 마음이 컸지만, 다음엔 안타까운 마음이 곧바로 언니를 낫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도 아프면서 말이다.

나는 언니가 정말이지 억척스럽게 병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지와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감히 이런 내가 언니를 낫게 할 수 있을까 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오히려 언니는 자기처럼 되지말도록 나를 낫게 , 반드시 그렇게 할 거라고 말했다.


못난 내 마음에 비해 큰 마음으로 대하는 언니. 나는 울컥했다.


지금도 언니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산책을 나선다.

강아지들과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경련 그리고 마비가 와도 언니는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랜 세월 병을 앓아왔기에, 치료하는 시간도 많았고, 또 안 가본 곳도 없다. 안타깝게도 이젠 듣는 약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언니는 씩씩하게 살고 있다.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 엄마로서, 그리고 강아지들의 집사로서 말이다.





나는 매일 감상담을 쓴다. 공황발작과 우울이 얼마나 어떻게 내 일상에 비집고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적는다. 그리고 그 글을 언니에게 보내준다. 언니는 매일 빠짐없이 보내는 내 글을 읽어주고, 또 피드백도 해준다.


"공황, 너무 두려워하면 더 오니까, 밀어내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봐. 나는 오늘도 발작이 왔고 마비가 옴에도 또 산책을 하러 나갈 거야. 아프다고 누워있는다고 더 좋아지는 게 아니니까. 나는 너한테 무엇이든 주고 싶어서 산책을 나가는 거야. 뜨는 해를 보고 가슴에 품고, 싱싱한 풀내음을 맡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 그리고 살아있는 곤충들과 새를 보면서 자연으로부터 얻고 그리 살고 있어. 그렇게 얻는 에너지를 너한테 주면 나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


한정 없이 주고 또 주는 자연처럼, 언니는 내게 엄마처럼, 자연처럼 주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하루지만,

그 하루를 여는 가장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아침의 뜨는 해

늘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지키는 여여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자연을

나는 멀리 , 한국에 있는 언니로부터 받았고,

나는 그렇게 공황발작과 우울로부터 멀어지는 중이다.




[-다음 편에서-]





2022.07.29

브런치작가 정글

이전 08화아침이 싫어도 새벽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