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고 행복해지기

10. 감정 버리기

by 햇살나무

지난 주말 모임이 있어 나갔다.


남편지인의 가족들이 모인 자리였다.

대가족이 모인 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음식이 입에 맞아서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1차에서는 식사만 하느라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2차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 베트남 커뮤니티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석한 언니가 엄마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나온것을 들었다며 말을 해주었다.

나는 들어온 지 이제 6개월이 지났고, 아직 이 나라의 날씨와 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여러 인프라와 정보를 아는 데에만 혈안을 두고 살았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질문을 올리는 다른 엄마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내가 궁금해서 글을 올린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엄마들이 '정석맘'이라고 내 닉네임까지 거론하면서 내가 올린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내가 글을 많이 올린다던지, 글을 올릴 때 예의가 없다던지,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주는 언니.


나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모두 여유로워 보이고, 남의 가정사에 관심도 없으며, 모두 이 덥고 먼 나라에 와서 함께 적응하고 고생하느라 서로서로 위해주는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언니의 말을 듣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남의 집 수저는 몇 개 인지부터, 이 쪽에서 말이 나오면 끝에 가서는 말에 살이 덧붙어 큰 덩어리가 되어있다며 말이 많은 동네라고 했다.


나는 그런 현실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나는 혼자 산책을 하고, 글을 쓰고, 독서를 하며 지낸다.


특히 아침산책을 나가기를 좋아하는데, 한 이틀 개 때문에 크게 놀란적이 있었다.

햇볕에 비친 싱그러운 꽃들을 핸드폰 카메라에 가득 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가 달려들면서 잡아먹을 것처럼 짖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괴성을 질렀지만, 개 주인분은 '허허'하고 웃어넘겼고, 그런 일이 2번이나 반복되었다.


내가 괜찮지 않아서 아파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보통 사람들이면 그냥 놀라고 넘어갔을 일일 런지는 모를일이다.내가 예민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임신 중에 공황까지 와서 힘든 상황인데 개를 키우시는 분들께 개가 사람을 향해 달려들면서 짖지 않도록 잘 좀 챙겨달라'는 부탁의 글을 올렸다.


언니는 엄마들이 그 글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근데 그 글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는 걸까.

나는 그 글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나.





사람을 좋아하지만, 아직 내면적인 병이 치유가 덜된 것인지 낯선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게 아직 벅차다.

또, 첫째와 터울이 많이 지는 둘째를 임신했다.어느 집단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나. 그냥 나는 앞가림만 하고 살자 싶었다. 그리고 타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저 살려고만 하고 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아들 친구 엄마들을 보면 인사 정도 하는 게 다이고, 또 한국말을 쓰는 가족들을 보며 반가움을 느낀다.


그런데 사심 없이 바라본 그들 중에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대인기피와 우울과 공황발작을 치료 중에 있고, 또 치유 중에 있는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엔 늘 있는 일이려니 하고 넘어가려 애를 썼고, 밤에는 무척 피곤한 나머지 기절하듯 잠에 빠졌지만...

상쾌한 아침, 명상과 기도를 하면서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어제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잊으려고 애를 그렇게도 썼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그 생각으로부터 쫓겨다녔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짜증이 솟구쳤다. 의미 없는 일에 왜 내 하루라는 소중한 시간을 빼앗겼는지 분했다.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해소를 해야 했고, 내려놓아야 했다.

이제까지 만난 언니는 없는 이야기를 하는 그런 분은 아니기 때문에 언니가 직접 들은 이상 그 일은 여지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맙게 그 말을 전해준 언니에게 도로 돌려주었다.


"언니, 어제 들은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제 이야기를 했던 이들 모두 다 처음이라는 것이 있었을 거고, 그들도 저처럼 처음에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거예요. 지금은 정착을 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니 저같이 질문 많이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살아야겠기에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까지 신경 쓸 만큼 여유가 많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 저도 아는 게 많아지고, 그리고 궁금한 것도 적어져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면 저는 그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잊혀지겠죠. 모두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오해일 뿐이고, 그리고 저는 죄를 지었거나 사고를 친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제 마음을 알아줄 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살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 살고 볼게요."







예전 같았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그리고 , 내가 올린 글을 하나부터 열 끝까지 모두 다시 찾아서 봤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런 말을 누가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매달렸을 것이다.


게다가 알아내면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만나자고 약속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렇게 완벽주의자 흉내를 내고, 늘 칭찬받기를 갈구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 자신의 존중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기에 내 인생에는 나라는 존재가 지워져가며 점점 채워지는 건 《나》가 아닌 검은 그림자뿐인 일생을 살아왔었다..






매일 죽음과 맞닿아 살고 있는 지금, 내겐 이제 남들의 시선이 하나도 중요치 않다.

게다가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도 , 오히려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기에 죄송하다 거절해야 하는 처지이다. 낯선이 앞에서 호흡이 어려워져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가 않다. 그들을 놀라게 하는 게 나는 그저 부끄럽고 싫다. 모두 타국에서 고생하며 사는 사람들인데, 좋은 것을 보고 누려도 모자랄 테니란 생각으로...




나는 매일 괜찮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괜찮아진다는 말은 괴롭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것.

그저 숨도 편하게 쉬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아침저녁으로 뛰어다니며 땀을 내고,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맞고,

비행기로 한국을 편하게 오가는 그런 평범한 몸과 마음을 가지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흔한 게 어려워진 지금, 내 소망은 오직 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괴로워지지 않기다.

그렇게 하기위해 나는 오늘부터




감정을 오롯이 바라보며 풀어주기,

버릴 건 버리고, 표현할 것은 표현하면서

내게 안 좋은 생각을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내려놓고 행복해지기로 했다.



2022.07.31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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