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부터 탈의지

11. 게임, 뉴스, 남의 사생활 다 부질없는 것.

by 햇살나무

일어날 때에도 , 걸어다닐 때에도, 차를 탈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 잠에 들 때에도, 잠이 오지 않을 때에도.

늘 내 한 손을 차지한 스마트폰.

심심할 때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잠김화면을 풀고 들어갔다.

손가락 하나로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무한한 세계에서 나는 주인이 되어 이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렸다 .



걸핏하면 네이버 뉴스를 보거나,

sns로 들어가 남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게임앱을 깔아 퍼즐을 맞추거나 깨뜨려 심리적인 쾌감을 느꼈다.

뉴스에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가득했고

남의 sns를 염탐만 했으며, 게임으로 내 욕구를 채우고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했다.


공황발작 진단을 받은 후의 어느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차고 넘치는 뉴스를 몇 십개씩 읽다 넘기고, 또 제목만 보고 넘기고 하다 보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호흡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봤던 수십개의 뉴스를 잊기 위해 눈알을 굴리고 머리속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잔상이 계속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그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현상은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 뒤로도 꾸준히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열려고 했지만, 그런 공황을 맞이하고 나서 부터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두려워졌다. 꼭 전기뱀장어를 만지는 것처럼. 손만 닿으면 '앗'하는 신호가 내 몸에 동시에 전달되었다.

그렇게 점점 스마트폰에 의존했던 나는 그것을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 뉴스를 읽지 않게 되었다.

자극적인 제목들의 수많은 기사에 눈을 어디에다 둘지 몰라 허둥지둥댈것이 뻔했다.

sns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남의 사생활을 보면서 나와 비교하다가 나의 자존감이 더 무너지고, 대인기피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게임도 하지 않게 되었다.

깨도깨도 끝도 없이 나오는 게임판. 끝도 없이 펼쳐지는 그 세계에 조급함이 생겨 공황발작이 생길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로 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나는 종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속도와 스케일에 내가 맞추어 가려하다보니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버리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좋은 기능이 많이 있었다.


메모를 대신할 리마인더

그 날짜에 해야할 일을 기록하는 캘린더

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음악플레이어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화


그것으로 부터 멀어지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것을 버리기엔 좋은 기능이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데이터만 있으면 공짜로 무한대화가 가능한 카카오톡과,


저장용량이 큰 메모리칩을 버릴 수는 없었다.



한 때 나는 그것의 주인으로 군림해 그것의 세계를 흔들어 놓았지만, 어느 순간 그것과 나는 주종의 관계가 뒤바뀌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나의 정신은 그것의 것이 되었고, 그것의 세계에 내 정신이 부름을 받고 달려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그냥 기계에 불과했다.

그것은 가만히 있었는데, 내 정신이 그것이 나를 찾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나는 그 기계에 있는 내게 필요한 편리한 기능만 쏙 뽑아 사용하기로 했다.


뉴스기사가 보고싶을 때에는 브런치의 글을 하나라도 더 읽고 있고,

얼굴사진만 가득한 남의 sns보다는 책에 대한 리뷰를 더 읽고 있고,

게임을 하기보다는 일어서서 걷고, 또 산책으로 꽃과 나무, 그리고 햇볕을 만나는 중이다.



그렇게 그것과 거리를 두고 살면서

내 정신은 내 것으로 돌아오고 있고,

우울과 공황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다음편에서-]


2022.08.02

브런치작가 정글

이전 10화내려놓고 행복해지기